“우리 30대 과장님 연봉 42억 받아요”… 회장보다 월급봉투 두툼한 증권사 직원들
윤태호 다올證 과장도 42억원으로 상위권 차지
여의도 증권가는 역시나 성과 보상이 확실한 업종이었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수십억원대 고액 연봉자들이 쏟아졌다. 특히 회장·부회장 등 주요 임원을 제치고 영업지점장, 과장 등 일반 직원이 연봉 상위권을 차지한 회사가 많아 눈길을 끈다.
지난해는 라덕연 주가 조작 사태 등 금융사고가 유독 많았다. 이 때문에 경영진은 예년에 비해 적은 연봉을 수령한 것이라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올해는 특히 채권, 파생상품 영업을 맡은 직원들의 연봉이 크게 뛰었다.
그래픽=정서희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7개 증권사(삼성·대신·유안타·한화·현대차·다올·한양증권) 중 작년 증권사 연봉 1위는 66억2200만원을 받은 장석훈 삼성증권 전 대표다. 퇴직금이 33억7100만원, 상여금이 23억1400만원으로 일회성 소득이 연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위는 강정구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 영업지점장이다. 작년 56억94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강 지점장은 장 전 대표를 제외하면 현재까지는 증권가 실질적 연봉 1위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타운금융센터는 일반 법인 자금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지점이다.
강 지점장은 2007년 고객자산 1000억원 이상인 PB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마스터 PB’에 오르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9~2021년엔 3년 연속 증권가 ‘연봉킹’에 오르기도 했다. 2022년 연봉은 36억9400만원에 그쳤는데, 지난해 증시가 회복함에 따라 상여금도 다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강 지점장은 국내외 유망산업 및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제안 등을 통해 고객 수익률 증대에 기여했다”고 상여금 지급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타운금융센터는 삼성증권의 주요 법인 영업 지점이고, 삼성 계열사도 일부 고객으로 있을 수 있다”며 “법인 고객 영업을 잘한 만큼 인센티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그룹에서 은퇴한 임원들이 본사 근처 타워팰리스에 많이 거주 중인데, 해당 지점 고객으로 영업을 잘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엔 대체투자, 부동산 PF 부문 임직원들이 연봉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지난해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작년은 채권·파생상품 영업 등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이는 다올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다올투자증권은 2018~2020년 저금리 시기 부동산 PF 사업을 중점으로 고속 성장했지만, 지난해의 경우엔 연봉 상위 5명 중 3명이 채권본부 소속이었다.
윤태호 다올투자증권 채권본부 과장은 작년 연봉으로 42억500만원을 받으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0대 젊은 영업맨으로 알려진 윤 과장은 지난해 상반기 증권업계 전체 연봉 1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윤 과장은 채권 중개업무를 담당하며 상여금으로만 41억4000만원을 챙겼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 중개업무의 경우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다 보니 50억·200억·200억원 단위의 큰 거래를 성사하면 그만큼 인센티브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어떤 ‘은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성과급) 규모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증권사 주요 경영진 중에선 장 전 삼성증권 대표 다음으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이 34억800만원으로 많이 받았다. 그 외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32억200만원), 최병철 전 현대차증권 사장(23억3900만원), 최용석 한화투자증권 부사장(21억9300만원)이 뒤를 이었다.
다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최고경영자(CEO)가 많아 최고경영자(CEO)들은 순서가 바뀔 수 있다.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경우 2022년 51억1300만원을 받아 증권사 전체 연봉 2위를 차지했는데, 작년 10월 용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퇴직금을 받게 되는데, 이를 포함하면 원톱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봉 상위 10명 중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은 강 지점장과 윤 과장을 포함해 총 4명이다. 이준규 한양증권 센터장(23억2000만원·7위)과 이재윤 유안타증권 부장(21억3800만원·10위)이 포함됐다. 이 센터장은 성과급과 유보금을 포함해 상여로만 27억6900만원을 받았다. 유안타증권의 이 부장은 파생 매매 실력이 탁월한 인물로 알려졌다. 선물옵션 운용 실적이 우수해 상여로 20억35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정아 기자 jenn1871@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