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억 뚫었는데”… 김치코인 지지부진에 속 타는 투자자들
토종코인은 두 자릿수 하락률
해킹·시세 조종 등 취약…투자자 외면
고수익 노릴 만한 대안 알트코인 많아
그래픽=정서희
“카카오가 발행하는 코인이라고 해서 섣불리 믿은 게 화근이었어요.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클레이튼 투자자들은 원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조모(43)씨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 호황은 남의 얘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2021년 말 클레이튼이란 가상자산에 투자했는데, 이듬해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천만원의 손실을 봤다.
클레이튼은 카카오가 발행하는 코인이다. 조씨가 투자할 당시 1600원대에 거래됐던 클레이튼은 13일 기준 415원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가격이 반등하긴 했지만, 한창 가상자산 시장이 달아오르던 2021~2022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가상자산이 급등한 반면 국내에서 발행된 코인, 이른바 ‘김치코인’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때 주목을 받았던 일부 국내 발행 코인은 최근 거래소에 의해 상장 폐지 처분까지 받아, 김치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두 배 올랐는데
13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김치코인 중 하나인 디카르고는 67.12원에 거래됐다. 디카르고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인 델레오코리아가 발행하는 가상자산으로 업비트에 상장된 김치코인 중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크다.
디카르고는 앞서 가장자산 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2021년 3월 가격이 8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가격이 꺾이긴 했지만, 4월 초까지 400원대 후반에 거래가 됐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디카르고 역시 반등했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코인의 가격은 이미 지난 2022년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비트코인의 경우 이날 1억283만원에 거래돼 2년 전인 2022년 3월 대비 111.5% 올랐다. 이더리움도 2년 만에 75% 상승했다.
그러나 대다수 김치코인은 2년 전 가격 수준을 회복하기에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2022년 3월 1030원에 거래가 됐던 보라 코인은 이날 314원으로 70% 하락한 상태다. 디카르고와 밀크, 무비블록, 메디블록, 아이콘 등 다른 주요 국내 발행 코인도 여전히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김치코인은 해킹이나 상장 과정에서의 부정 행위, 시세 조종 등 각종 위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아 최근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암호화폐를 상장해 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는 전 코인원 거래소 직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김치코인 3종, 거래소 퇴출
김치코인이 최근 강세장에서도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코인에 비해 해킹 위험 등에 취약하고 시세 조정이나 자전 거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는 거래소 직원이 뒷돈을 받고 코인 상장을 도운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거나, 김치코인이 상장 폐지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다.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하는 가상자산인 위믹스는 지난 2022년 말 유통량을 허위 공시한 점이 문제가 돼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이 폐지된 적이 있다. 올해 들어서는 갤럭시아와 썸씽, 오르빗체인 등 김치코인 3종이 해킹 피해를 입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협의체인 닥사(DAXA)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보다 높은 수익을 노릴 만한 가상자산이 많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김치코인을 멀리하는 이유로 꼽힌다. 이른바 ‘챗GPT의 아버지’로 꼽히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발행한 월드코인이 대표적이다. 월드코인은 최근 금융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이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 1개월간 25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진상훈 기자 caesar8199@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