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신화 끝났다" 핀둬둬, 주가 급락에 얼어붙은 투자 심리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올해 핀둬둬 주가 추이.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올해 핀둬둬 주가 추이.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앞으로 고품질 개발을 위해 투자를 늘릴 텐데 결과적으로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현시점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실시는 부적절합니다."(첸레이 핀둬둬 공동최고경영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주가가 한 달간 30%대 빠졌다. 해외 직구 플랫폼 '테무(TEMU)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키웠으나 성장 둔화의 늪에 빠져서다. 테슬라의 두 배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주주환원 정책에는 선을 그으면서 투자 심리는 더 얼어붙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증시에서 핀둬둬(PDD홀딩스)는 전일 대비 0.075% 내린 92.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도 약보합세다. 핀둬둬 주가는 올해 2분기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지난달 26일 하루 만에 28.51% 하락했다. 상장 이래 최대 하락이었다.
핀둬둬는 지난해 73%대 오르며 눈에 띄는 수익률을 보였다. 알리바바나 징동닷컴과 비교해 매출 규모는 작지만 연이어 깜짝 실적을 내놓으며 성장성을 인정받은 영향이었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를 근소하게 제치면서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중 몸집이 가장 커지기도 했다.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핀둬둬 시가총액은 다시 2등으로 추락했다. 이날 기준으로 핀둬둬의 시총은 1287억1100만달러(약 170조8381억원)로, 징동닷컴(424억2400만달러)보다는 여전히 훨씬 컸지만 알리바바(1983억9600만달러)와 비교하면 한참 작아졌다.
/사진=바이두
/사진=바이두
핀둬둬 주가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꺾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늘어난 971억위안(약 18조2043억원), 순이익은 125% 늘어난 344억위안(약 6조4493억원)이었다. 순이익이 세 자릿수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반절이 된 영향이었다.
성장세 둔화의 배경으로는 중국 경기 침체가 꼽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중국 경제가 부동산의 지속적인 약세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으로 취약해졌으며, 결과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자상거래 업체 간의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업도 전망이 마냥 밝진 않다. 지난해 핀둬둬 매출은 9월 출시한 테무가 견인했다. 그러나 다른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글로벌 직구 플랫폼 경쟁에 뛰어든데다 테무의 상품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품질과 유해성 논란에 시달리면서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주주환원에 선을 그은 최고경영자의 발언도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첸레이 핀둬둬 공동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소비자 수요 변화, 업계 경쟁 심화, 글로벌 환경 불확실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강조하며 주주환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핀둬둬의 현금 보유량이 과다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에 따르면 핀둬둬의 현금 보유량은 380억달러(약 50조4640억원)에 이른다. 이는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하는 테슬라 현금 보유량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핀둬둬에 대해 분명한 투자 위험 요소가 잠자고 있다고 짚었다. 국내외 증권사는 투자 위험 요소로 △불분명한 재무 상황 △거시경제 불확실성 △미·중(美中) 관계 불확실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간의 경쟁 심화 △중국 및 해외 소비 위축 등을 꼽았다.
그럼에도 증권사에선 여전히 테무를 추천한다. 중국 증권사들은 핀둬둬에 대해 '매수', '비중 확대'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 증권사 안신국제도 "중국과 미국에 상장된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비교해보면 성장 잠재력을 갖춘 핀둬둬는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구간에 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