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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장조성자로 나선 증권사들… 실적 급한 중소형사 위주 급증

코스피 시장조성종목 계약 3년여 만에 1000개 재돌파
중소형 증권사 중심 계약 늘려… “적지만 안정적 수익”

‘시장교란자’라는 인식 탓에 시장조성자 활동을 주저했던 증권사들이 하반기 들어 시장조성종목 계약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개선이 필요한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수익 확보를 위해 시장조성자 거래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일러스트=챗GPT 달리3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계약한 유가증권시장 시장조성종목은 6월 말 952개에서 7월 말 1063개로 12%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내 시장조성종목 계약이 1000개가 넘은 것은 2021년 1분기(1268개)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6월 말 계약종목이 710개에서 7월 말 918개로 약 30% 급증했다.

현재 시장조성종목 한 개당 1~5개 증권사가 계약을 맺고 있다. 같은 기간 시장조성자가 배정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311개로 변동이 없었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372개에서 384개로 12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권사마다 개별적으로 시장조성종목 계약을 늘렸다는 의미다.

2015년 도입된 시장조성자 제도는 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가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양방향의 호가를 제시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유동성이 적은 종목에 호가를 촘촘하게 제시해 가격 형성을 돕고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순기능이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재 NH·SK·교보·다올·메리츠·미래에셋·신영·하이·한국IMC증권 등 9개의 증권사가, 코스닥 시장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을 뺀 나머지 8곳이 지난해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시장조성자로 활동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장조성종목 총계약은 2019년 하반기 1000개를 돌파한 후 2021년 1분기까지 분기별 1000~1300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 9월 금융감독원이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 취소하는 시장조성자 9곳에 시장질서 교란 혐의를 이유로 과징금 487억원을 사전 통지하면서 증권사들은 계약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약 1년간 중단됐다가 2022년 9월 재개됐다. 최종적으로 ‘무혐의’ 결론이 났지만, 투자자들의 시장조성자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작년 11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예외로 남겨뒀던 시장조성자들의 공매도 거래 역시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자, 증권사들의 참여는 더 위축됐다. 시장조성종목 계약은 작년 말 유가증권시장 기준 508개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에서는 700개 수준에서 600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시장조성자였던 신한투자증권과 LS증권이 각각 지난해 2분기, 4분기부터 발을 뺐고, 하이투자증권 역시 코스닥 시장에서 작년 4분기 시장조성 사업을 철수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하지만 상황은 올해 하반기부터 바뀐 모습이다. 한국거래소는 6월 28일 유가증권, 코스닥 시장에서 증권사들과 시장조성 변경계약을 체결하고 7월 1일부터 시행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다.

국내 증권사 중 교보증권이 계약종목을 가장 많이 늘렸다. 386개로 86개 늘었다. 신영증권이 확보한 시장조성종목도 176개에서 248개로 72개가 늘었다. 시장조성자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증권사인 한국IMC증권은 276개에서 379개로 103개 급증했다. 그 외 메리츠증권(23개), 하이투자증권(16개), 다올투자증권(7개) 등의 시장조성종목 계약이 증가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조성종목계약 규모가 커졌다. 상대적으로 매매 리스크가 작고, 소액이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부담, 좁은 리테일 사업 입지 등 실적 부담이 계속돼 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거래 조건이 더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 없이 꼬박꼬박 수익을 낼 수 있는 점 때문에 증권사들이 올해 시장조성 거래 시스템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 거래는 증권사가 거래 수수료와 증권거래세를 내지 않아 부담이 없다. 수익 상단이 정해져 있지만 종목당 분기별로 거래소가 100만~200만원 정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매매 과정에서는 차익도 남길 수 있다. 시장조성종목 중 유동성이 더 적은 의무종목은 거래소가 배정하지만, 선택종목은 증권사마다 중복으로 계약이 가능하다.

거래소는 시장조성자 참여 증가가 증시 유동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시장조성자 유치와 인센티브 강화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거래소 관계자는 “매년 말 시장조성자를 선정하고, 필요한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하고 있다”며 “현재 특별히 변경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정아 기자 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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