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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말고 이걸 사세요"…'연 8% 배당주' 사들인 가스회사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예금을 왜 해요? 대신증권·신영증권·부국증권 주식을 사요."

증권가를 출입하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세 증권사는 주가 등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연 6~8% 배당을 꼬박꼬박 지급하고 있다. 한 때 자산가들이 쓸어담은 고배당주 맥쿼리인프라의 '바통'을 잇는 주식으로 명성을 얻었다. 목돈이 많은 도시가스업체 예스코홀딩스도 2021년 12월에 대신증권 지분 180억원어치를 단숨에 사들이기도 했다.

대신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중견 증권사는 다음주께 중대기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다음주에 '자사주 의무 소각안'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보유 자사주 지분이 29~43%에 달하는 이들 증권사 주가가 도입 여부에 따라 상당한 변화를 맞을 수 있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는 다음 주 자사주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다. 이달 초 금융위의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나온 자사주 개편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추진계획에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설 자회사 신주를 배정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가 도입을 저울질한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은 당시 발표에서는 빠졌다.

금융위 산하 금융발전심의회가 지난해부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작년 5월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안을 놓고 세미나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통상 기업들은 보유한 자사주의 장부가치만큼 자기자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그만큼 기업 자산 가치를 갉아 먹는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 소각을 주저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다. 하지만 경영권이 위협받을 땐 우호 주주(백기사)에게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다. 한국은 차등의결권(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만큼 자사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자사주 소각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한발 물러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성신약(47.7%), 조광피혁(46.5%), 부국증권(42.7%), 텔코웨어(42%), 신영증권(36.2%), 모아텍(35.7%), 대신증권(29.2%) 등이 자사주가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이 가운데 대신증권과 부국증권, 신영증권 등을 주목하고 있다. 세 회사는 배당수익률이 연간 6~8%에 달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실적도 탄탄해서다.

이들 세 종목은 가치주 투자자들 중심으로 특히 사랑을 받는 종목들이다.

자사주 소각이 도입된다면 이들 증권사는 보유한 지분을 소각하거나, 관련 제도 도입 전에 일찌감치 백기사 등에 매각할 수도 있다. 소각할 경우 소액주주도 지배력이 강화되는 등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 하지만 매각에 나설 경우 주가가 출렁일 우려도 있다. 주가가 출렁이는 것은 물론 자사주 향방에 따라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증권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6.8%에 불과하다. 부국증권 김중건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5%를 달했다. 대주주 지분이 30%에 육박하지만, 케이프투자증권이 부국증권 지분 9.6%를 쥐고 있는 등 경영권 분쟁의 불씨도 남아 있다. 신영증권의 경영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원국희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1.7%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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