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작된 2차전지 ‘지옥’…인버스 ETF에 몰리는 개미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부터 전날인 18일까지 12.25% 상승했다. 해당 ETF를 제외한 2차전지 관련 정방향 ETF들이 7.18%~27.29%의 하락률로 일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상반된다.
상승세에 힘입어 수익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1.82%로 최대 마이너스(-) 26.07%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정방향 ETF들 대비 월등히 높다.
2차전지 인버스 ETF의 수익률이 부각되자 투심이 자연스레 몰리는 상황이다. 올 들어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는 4200억원의 거래대금을 끌어 모았다.
이처럼 인버스 ETF가 인기를 얻는 배경으로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된 점이 꼽힌다. 전기차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한 2차전지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2차전지의 상승세가 꺾이며 투자자들이 인버스 ETF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차전지 종목으로 분류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9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증권사들이 예상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보다 약 42%가량 낮은 성적이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번지던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부진한 성적표가 공개되자 2차전지주의 하락세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같은 여파로 2차전지주들의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되는 것 또한 인버스 ETF의 인기를 부추겼다.
이에 업계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들이 조정 국면 속 단기 트레이딩·헤지(위험 분산)를 염두에 둔 인버스 ETF의 수요가 확대되고 투자자들의 단기 차익 실현 가능성이 명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버스 ETF의 경우 기간 수익률이 아닌 당일 수익률을 기준으로 수익·손실이 결정돼 주가 흐름이 꾸준히 한 방향으로 지속될 때 성과가 크다”며 “2차전지주의 하락세가 뚜렷해진 현 시점에서 인버스 ETF의 인기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2차전지주의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실적 악화 및 우려로 인한 조정 국면이기에 단기적인 이슈로 인한 주가 하락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자들이 실적 우려라는 일시적인 악재를 극복해 단기 수익을 얻고자 인버스 ETF를 선택한 점을 고려하면 2차전지 자체가 외면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차전지가 지난해부터 장기간 투심을 얻고 있는 점, 현 시점이 실적 시즌인 점 등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2차전지 섹터 불확실성이 높기에 단기 트레이딩으로 접근해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현 시장에 공매도 전면 금지·금리 인하 기대감 등 우호적 외부환경이 조성된 상태이기에 4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 조정 시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