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모집하는데 2500억 몰려” 연말 공사채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
내년 첫 타자 KCC,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사채 발행 준비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채권 투자 수요 증가
공사채(공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보통 연말에는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 때문에 기관들이 투자를 이듬해 초로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기관 투자 수요가 살아있어 공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무리 없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내년 기준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데다 올해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문을 닫으면서, 공사채 시장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AAA)는 전날 3년물 1400억원 입찰에 총 4400억원이 응찰했다. 5년물 1500억원 입찰에도 2600억원의 돈이 몰렸다. 이어 경기주택도시공사(AAA)도 5년물 800억원, 한국수자원공사(AAA)도 2년물 1400억원 낙찰을 마무리지었다.
공사채는 대부분 수요예측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일괄 신고 방식으로 발행된다. 최근엔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다 보니 금리도 낮게 형성되는 추세다. 14일에는 800억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AAA) 10년물 입찰에 총 2500억원이 몰렸다. 이에 13일 기준 AAA급 민평금리인 3.846%보다 5bp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응찰이 발행 금액의 몇 배나 되는 수준으로 몰리기도 한다. 한국철도공사(AAA)는 지난 12일 700억원 규모의 5년물 공사채 입찰을 진행했는데, 22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10년물 2200억원 모집에는 2600억원이 몰렸다. 이에 5년물은 민평금리 수준에서, 10년물은 민평금리보다 3bp 낮은 수준에서 채권을 찍었다. 전날 한국가스공사(AAA)의 2년물 1700억원 입찰에는 4900억원, 5년물 700억원에 1400억원이 각각 몰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도 공사채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 완화에 대한 메시지가 나온 후, 다음 날 국내 시장 금리가 바로 하락했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207%p떨어진 3.258%, 10년물은 0.193%p 내린 3.332%를 기록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엔 중장기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
올해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공사채 발행은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이달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18일에는 평택도시공사(AA0)가 600억원 규모의 2년물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AAA)도 5년물 채권을 발행해 1500억원 내외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첫 회사채 발행 타자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 KCC(AA-) 등이 대기 중이다.
이인아 기자 ina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