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투자자 불만에… 한국거래소, 공매도 토론회 다시 연다
1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27일을 목표로 ‘공매도 전산화’ 토론회를 준비 중이다. 이달 4일 한국거래소는 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와 함께 공매도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연 바 있다. 당시 토론회는 증권 유관기관이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선된 공매도 제도와 대차·대주의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대차·대주란 주식을 빌린다는 뜻으로, 빌리는 주체가 기관이면 대차이고 개인이면 대주다.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타인에게 빌리기만 한 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공매도의 특성상 대차·대주는 공매도의 전제 조건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4일 토론회의 마지막 세션인 패널 대상 질의응답 시간에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 대표는 행사 당일 주최 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그는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선 무차입 공매도 적발 시스템이 논의 대상이 돼야 하는데 주제가 ‘대차·대주 개선’이어서 불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패널 7명 중 상당수가 공매도에 찬성해 토론회가 편향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정 대표의 불참 이유였다.
당시 패널은 정 대표 외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원, 송기명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주식시장부장이었다.
이 가운데 남 선임연구위원과 빈 교수는 주식의 거품을 빼는 공매도의 특성을 언급한 바 있다. 개인 투자자에겐 ‘공매도 찬성론자’로 분류되는 인물인 셈이다. 결국 첫 번째 토론회는 정 대표의 빈자리를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이 채웠다.
한국거래소는 개인 투자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이달 말 개최될 두 번째 토론회의 주제를 ‘공매도 전산화’로 정하고, 패널을 섭외 중이다. 정 대표는 참석을 확정했다. “공매도 특권 카르텔이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박순혁 작가도 섭외할 패널 후보에 올랐다.
시장에선 한국거래소가 개인 투자자의 오해를 풀고자 추가 토론회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한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수기로 처리되는 공매도의 특성상 불법 행위가 만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은 BNP파리바와 HSBC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 혐의를 적발한 바 있다. 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규모는 약 560억원이다.
개미들 주장과 달리 금융당국은 “현재 공매도 과정은 전산화 처리가 돼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매일 개별 업종·종목·투자자별 공매도 거래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개별 업종·종목의 공매도 순보유잔고와 특정 종목의 공매도 순보유잔고 대량 보유자도 공개된다.
결국 문제는 공매도의 전제 조건인 대차 과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주식 배당, 옵션 등 주식을 빌리는 기관마다 목적이 다르다”며 “누구는 전화, 누구는 이메일로 방식도 다른데 어떻게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대차를 수기로 한다고 해서 기록이 남지 않는 건 아니다. 자본시장법상 차입 공매도 목적의 대차 거래는 증권사가 정보를 5년간 보관해야 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지난달 발족했다. 공매도 거래를 하는 기관 투자자의 내부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과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실시간 차단 시스템 실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 TF는 월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고 전산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날까지 상시 운영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 전산화 토론회 일정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계획 단계”라며 “일정과 장소 등이 확정되면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수빈 기자 bea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