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각 봐야 하나"…상장 후 주가 급등하자 직원들 '술렁' [돈앤톡]
두산로보틱스·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내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고 합니다. 상장 후 주가가 급격히 오르자 우리사주 주식 현금화를 위해 퇴사 고민에 나선 직원들이 하나둘 생긴 겁니다. 두 회사 직원들은 현 주가 기준 약 2억~3억원(전일 종가 기준)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전일 종가 6만3600원을 기록하면서 상장 첫날 고점인 6만7600원에 다가섰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5일 이래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는데요. 이 기간 무려 47%나 올랐습니다. 상장 당일을 제외하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장 5거래일차를 맞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으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기 때문입니다. 전날엔 차익실현 매물 출회 속 5% 넘게 떨어졌지만, 공모가(3만6200원) 대비론 여전히 주가가 152%를 웃돌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도 공모가(2만6000원)보다 주가가 145% 뛴 상태입니다.
이렇게 주가가 올라버리니, 두 회사 직원들은 퇴사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사주 제도는 직원들이 우리사주 조합을 설립해 자기회사 주식을 취득·보유하는 제도인데요. 이렇게 취득한 주식은 임직원 보호예수 조항에 따라 1년간 팔 수 없습니다. 회사를 그만둬야만 처분 가능한 겁니다. 이 때문에 2020년 직원 1명당 20억원의 평가차익을 낸 SK바이오팜 직원들이 집단퇴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두산로보틱스 우리사주 조합엔 인당 평균 7843주(9월 임직원수 201명)가 배정됐습니다. 1인 기준 2억392만원어치(공모가 2만6000원)를 산 셈입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우리사주 조합은 인당 평균 4099주(9월 말 임직원수 565명)를 받았는데요. 1명이 평균 1억4838만원(공모가 3만6200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일 종가 기준 1인당 평가금액은 두산로보틱스 4억9881만원, 에코프로머티리얼즈 3억7383만원입니다. 각각 3억원, 2억2000만원가량의 평가 차익을 남기고 있단 계산이 나옵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우 상장한 지 이제 5일차인데 벌써 이같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겁니다.
퇴사할 만큼의 차익실현 규모는 아닐 수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도 우리사주 주식이 한 달 뒤 입고되는 만큼 그사이 주식이 하락할 변수도 따져봐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데다 올해 공모주 수익률이 저조한 곳이 속출하면서 직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는 분위깁니다.
이차전지와 로봇 산업 모두 성장성이 높은 업종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보호예수 해제를 기다렸다가 오히려 쪽박을 찰 우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상장 1년 뒤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의 사례처럼 말입니다. 이들 종목은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풀린 시점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웃돈 적이 없습니다. 매도 시 손해가 불가피하단 얘기입니다. 두산로보틱스에선 수십명의 직원이 상장 후 집단 퇴사했단 얘기도 나돌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이차전지와 로봇은 대표 고평가 업종으로 꼽힙니다. 당장 회사의 경영성과보다는 미래가치가 현주가에 반영됐을 수 있단 얘기입니다.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3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요. 특히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있다는 지적을 상장 전부터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컴퍼니가이드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10배입니다. 이는 유사업종(12.54배)보다 25배 높은 PER이죠. 그만큼 시장 성장성이 정체되는 등 기대감에 수가 틀리면 주가가 하락할 여지가 있습니다. 국내 증시 특성상 테마로 묶여 주가 변동성이 커질 위험도 경계해야 합니다.
A 상장사 직원은 "주가도 오르고 회사도 성장하는 꿈을 꾸면서 우리사주 외에도 주식을 많이 추가 매수했다"며 "지금은 주가도 워낙 떨어진데다 업황도 좋지 않다보니, 회사를 꾸준히 다니는 것에 만족한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