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원했는데 160억 조달에 그친 바이오 기업 EDGC.... 회사보다 채권단이 ‘한숨’
EDGC의 유증 실패로 채권단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유전체 분석 기업인 EDGC는 사실상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간 발행해 온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채무를 합치면 625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유상증자로 조달한 금액으로는 기존 채무도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EDGC는 지난 5월 분리형BW를 공모형태로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했고, 지난해에는 60억원 어치의 EB를 발행했다. 2021년에는 10월과 11월에 각각 300억원,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두 CB는 이미 채권자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 100억 규모의 CB는 지난달부터, 300억 규모 CB는 지난 8월부터 채권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태다. 300억원 규모 CB 중 25억원어치는 상환을 마쳐 265억원이 남았다.
채권자들은 조기상환청구권 행사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도 회사가 돈을 갚을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권리를 행사했다가 회사가 부도 위기에 빠지면 채권자 모두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
또 CB 전환가액이 현재 주가보다도 낮아 주식 전환으로 인한 실익도 없다. 각 CB의 최저 조정가액은 2386원과 2494원지만, 전날 기준 EDGC 주가는 766원이다. CB의 만기이자율과 표면이자율이 모두 0%라 사실상 원금 상환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EDGC 측은 최악의 경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서라도 돈을 모아 빚을 갚겠다는 입장이지만, 채권자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빚덩이에 앉은 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EDGC는 사실 느긋해 보이고, 채권자들이 최악의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EDGC의 신용등급은 ‘B-/부정적’으로 부도 위험을 안고 있다. 평균누적부도율이 좁게 보면 15.04%, 넓게 보면 18.29%에 달한다. 쉽게 말해 10곳 중 2곳은 망한다는 의미다.
전날 기준 EDGC의 10회차 BW는 6249.5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기수익률은 27%다. 채권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상환 여부가 불투명해 위험하다는 의미다. EDGC의 10회차 BW는 분리형 BW로 지난 5월 11일 공모 발행됐으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은 1년 뒤부터 3개월마다 행사할 수 있다.
2018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EDGC는 유전체 분석 업무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 부문이 과소한 매출 규모에 비해 인건비와 연구개발비가 많이 투입돼 손실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 EDGC는 2018년 체외진단 시약 및 장비 유통업체인 EDGC헬스케어를 인수했고, 2020년에는 관계사인 솔젠트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중간 유통을 통해 매출을 늘렸다. 2021년에는 캐나다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인 내츄럴 라이프 뉴트리션을 인수했다.
오귀환 기자 o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