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얼마까지 잃어봤니…난 주식으로 마이너스 3억” [투자360]
16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에는 ‘다들 얼마까지 잃어봤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코인+주식으로 -5000(만원) 후...”라며 “인생 쉽지 않네”라고 적었다. 그러자 댓글에는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손실을 봤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또 어떤 사람은 직접 인증사진을 남기며 재작년 3억원 넘게 손실본 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억단위 형들은 시드(초기투자금)를 얼마를 넣은거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잃은 놈 밑엔 망한 놈’, ‘나도 지금 마이너스 1.2억, 후..’, ‘코인은 때려치우고 주식 현물만 하십쇼’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식 관련 투자 사기가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비상장 주식의 향후 가치가 폭등할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검거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남경찰청은 사기 혐의로 총책 A(29)씨 등 5명을 구속하고 공범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인 사이인 A씨 등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 9월까지 역할 분담을 통해 피해자 15명에게 약 5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텔레그램 등에서 돌아다니는 투자자 명부를 확보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비상장 주식을 소량 지급했다. 이후 이들은 주식투자전문가를 사칭해 "받은 주식이 상장을 통한 기업공개가 확정돼 주식 가치가 수배 폭등할 것"이라며 "관련 주식은 1천주 이상씩 거래되고 손실보상까지 된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에 피해자들이 해당 주식을 대량 구매하려고 돈을 입금하면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최대 2억200만원을 입금한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편취한 돈을 생활비나 유흥비 등으로 대부분 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일당과 관련한 윗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하거나 비상장 주식을 비싼 값에 사들인다며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사기에 대해 주의를 부탁드린다"며 "실제 사기 피해를 봤을 때는 수사 관서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가짜 투자 사이트를 만든 뒤 주식 종목 추천(리딩)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챙긴 일당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창원지법 형사3단독 양철순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A씨 등은 자신들이 알려주는 대로 주식을 거래하면 수익이 날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1932회에 걸쳐 148명에게서 29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주식 급등 종목을 추천한다며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종목을 추천했다.
투자금으로 받은 돈은 금융상품이나 다른 투자 자산에 실제 투자하지도 않았다. A씨 등은 단체 채팅방에 실제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메시지를 적는 이른바 '바람잡이'들을 섭외해 피해자들을 속였다.
재판부는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해외 선물 투자를 가장해 29억5천만원을 편취한 것은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고 금융 투자에 관한 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현재까지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가 회복되지도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운영 제도가 국내와 달라 투자 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예탁원이 보유·관리하는 미국 주식은 624억 달러(약 8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외화 주식의 88%를 차지한다. 예탁원은 "2020년을 기념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외화증권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주식 시장은 결제 지연 가능성이나 매매 제한 조치 등 국내와 운영 제도가 다른 만큼 투자 결정 시 신중해야 한다. 미국 시장은 일단 '거래 체결일+2일'이라는 결제 주기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국내와 달리 결제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예탁원은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미국 현지 주식 매수·매도 결제에 결제 주기보다 더 긴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또 미국 시장은 일일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 다양한 시장 변수에 따른 큰 폭의 주가 변동 가능성이 있고, 미국 기업이 아닌 기업의 증권도 상장돼 있어 경제 제재에 따른 매매 제한 조치 등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지 과세 체계에 따른 고율 과세 가능성, 권리 행사 조건·기간의 수시 변경 가능성, 배당금 등 정정 지급 및 지급 지연 가능성 등도 있다고 예탁원은 알렸다. 예탁원은 "투자자는 국내와 다른 거래 환경, 국제 정세에 따른 리스크 등 관련된 정보에 대해 충분한 정보 탐색과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경원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