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첫날 되레 잔고 늘었다… 왜?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공매도 잔고금액은 직전 거래일보다 1조4010억 원 늘어난 19조2133억 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7013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 6998억 원이 증가했다. 이날 공매도 거래대금(1649억 원) 가운데 99%는 상장지수펀드(ETF) 공매도였다. ETF를 매수한 LP들이 위험 분산(헤지) 과정에서 공매도 주문을 낸 영향으로 분석된다. LP들은 원활한 거래를 위해 매수·매도 호가를 제출한다. 이때 매수 호가를 제시한 LP는 해당 종목의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함께 제출해 헤지를 한다.
주가 급등도 공매도 잔고금액을 늘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공매도 잔고수량은 코스피에서 1102만 주, 코스닥에서 995만 주 감소했다. 코스피 공매도 상위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의 잔고수량은 각각 39만1010주, 12만5372주 줄었는데, 주가는 22.76%, 29.93% 올랐다. 코스닥 상위 종목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도 공매도 잔고수량은 8만222주, 14만1208주 감소했지만 주가는 가격제한폭(30%)까지 올랐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LP와 시장조성자(MM)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LP와 MM은 거래가 부진한 주식 종목이나 ETF를 대상으로 매매 주문을 제출해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들의 공매도도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모든 공매도 금지”를 촉구했다. LP와 MM이 불법 무차입 공매도의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유동성 공급 기능을 없애면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사이의 괴리가 커져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지현 기자(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