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서 ‘나도 모르게’ 돈 17% 나가는 구멍, 가계부가 알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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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화위복은?
2030을 위한 한겨레만의 재테크 콘텐츠입니다. 믿을 수 있는 친절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지향합니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돈을 아끼고, 모으고, 불리는 일이 수월하고 재밌어지도록 쓸모 있는 정보를 피부에 와닿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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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 3줄 요약>
• 가계부의 목적은 ‘지출 흐름 파악’
• 단순하게 쓰고, 자주 들여다보자
• 쓰는 것만큼이나 ‘그 후’가 중요하다
‘쩐화위복’ 필진 가운데 마지막으로 인사드립니다. 한겨레 경제산업부에서 일하는 조해영이라고 합니다. 앞서 저축 목표를 세우고, 예산을 짜고, 통장을 쪼개고, 예·적금을 고르는 방법까지 남지현·이주빈 기자가 소개했는데요. 저는 지금까지 세웠던 목표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가계부 작성’ 도전 후기를 전하려 합니다. 초등학생 때 용돈 기입장을 썼던 경험을 마지막으로 저 역시 가계부와 담 쌓고 살아온지라, 새해부터 열심히 가계부를 작성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쓰네(X) 생각보다 ‘여기’에 많이 쓰네(O)
‘어라?’
가계부를 쓰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입니다. 가계부를 쓰기 전, 평소 지출을 떠올려 봤습니다. 일단 제가 인지하는 저의 소비는 이랬습니다. 월급의 60∼70%를 지출하는 편. 전체 지출의 절반은 식비. 나머지 절반의 절반(그러니까 4분의 1)이 월세와 공과금과 통신비. 남은 나머지(4분의 1)로 가끔 택시도 타고, 책도 사는 듯? 가계부 쓰는 김에 식비(라고 쓰고 술값이라고 읽습니다) 좀 줄여야겠다, 결심도 했죠.
가계부는 ‘돈의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가계부를 썼더니 고정지출과 비교했을 때 절약할 여지가 많은 ‘기타 변동지출’이 구체적으로 보이네요.
가계부 결산을 해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우선 저는 월급의 절반을 저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려했던 식비 지출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36.7%)밖에 안 됐고요. 월세·통신비가 전체 소비의 4분의 1(25.0%)인 건 예상대로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게 튀어나왔습니다.
경조사비나 회비, 친구 선물에 쓰는 돈이 지출의 17.2%를 차지하더라고요. 친구나 동료들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가끔 소소한 기프티콘을 보내곤 하는데… 몇천 원짜리도 쌓이니 꽤 크더라고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은 저축이 아니라 지출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경조사비를 전체 지출의 ‘4분의 1’로 뭉뚱그리고 살 게 아니었다는 깨달음을,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얻었습니다. 가계부는 ‘생각보다 많이 쓰네’ 반성하기 위한 게 아니라, ‘생각보다 ‘여기’에 많이 쓰네’를 깨닫는 과정이었어요.
어떻게 써도 좋지만 자신이 가장 편하게 자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골라야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무조건 편한 거로 고르고 자주 들여다보자
가계부를 이제 막 써보려고 하는 독자분이라면, 무조건 본인 기준에 편한 거로 고르길 권합니다. 계산을 도와주는 엑셀 형식의 가계부도 많은데, 저는 아무래도 온종일 들고 다니는 휴대폰 앱이 편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가계부를 쓰려는 목적을 생각해 볼까요? 지금까지 저희는 나름대로 저축 목표도 세우고, 예산도 짰습니다. 밑그림을 그린 셈이죠. 가계부는 밑그림의 선을 따고, 색칠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실천을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앞에서 가계부를 쓰면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하긴 했지만, 궁극적 목표가 단순한 ‘허리띠 졸라매기’는 아닐 겁니다. 만약 그게 우선이 된다면 오래 가기도 어렵겠고요.
대신 내 돈이 예상했던 경로대로 나가는 게 맞는지, 생각보다 지출이 많다면 대체 어디서 돈이 새는 것인지, 반대의 경우라면 예상이 어디서 부풀려졌는지 꼼꼼하게 챙길 수 있도록 하는 게 가계부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자주 손이 갈 수 있어야겠죠.
즐겁게 쓰고 시원하게 결제한 뒤에는? 곧바로 가계부에 지출을 기록해봅시다. 게티이미지뱅크
귀찮아도 내가 입력해야 하는 이유
비슷한 이유로 앱을 이용하는 경우라면, 자동 불러오기 기능을 쓰기보다는 일일이 입력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알아서 수입·지출이 등록되는 앱을 써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손이 닿지 않아도 알아서 기록되니까 자주 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가끔 열어보고선 ‘너무 많이 썼는데?’ 자괴감만 느끼고 앱을 꺼버렸고요.
돈을 쓸 때마다 기록하다 보면 평소보다 ‘돈 쓰는 느낌’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아야지’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다만 누락 우려가 있으니, 일정 주기마다 은행 앱 등을 보면서 빠진 건 없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말마다 점검했는데, 3주차쯤 되니 빼먹는 경우가 줄더라고요. 만약 절약을 잘한 한 주라면 ‘셀프 칭찬’ 많이 해주시고, 후회되는 소비가 있다면 ‘다음 주엔 자제해야겠다’ 결심하셔도 좋겠네요.
금융감독원에서 착한가격업소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습니다. 관련 문자가 출입기자들에게 왔는데 ‘2000원’ ‘카드’ 같은 단어 때문인지 가계부 앱이 지출로 인식하더라고요. 만약 직접 입력 대신 자동입력 기능을 선택했다면 이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잘 살펴야겠습니다.
가계부를 쓸 때 기억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지출 항목의 단순화입니다. 식비에 많이 쓰는지, 취미생활에 많이 쓰는지를 아는 게 우선입니다. 마트, 편의점, 배달음식 가운데 무엇이 가장 큰 지출인지 가늠하는 건 그다음이고요. 가계부 쓰기라는, 우리에게 아직 낯선 이 행위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실천의 도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항목을 아주 세세하게 썼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본 날엔 뭘 샀는지를 적었고, 책을 산 날엔 책 제목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금방 지치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식자재, 옷, 선물 등으로 메모를 최소화했습니다. 어찌 보면 어렸을 때 용돈 기입장(지우개, 알림장, 꾀돌이 등…)보다도 대충 썼습니다. 핵심은 ‘일단 꾸준히 쓰기’니까요.
좌절감이 들겠지만 다음 달에는 잘하면 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자, 이번 달 가계부를 다 썼습니다. 빠진 것 없는지 봤고 반성도 좀 했습니다. 이제 힘내서 다음 달 가계부를 쓰면 될까요?
(슬프게도) 아닙니다. 가계부는 작성만큼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지난번에 우리는 예산을 세워봤습니다. 예산은 목표인데, 가계부는 실천이니 목표와 실천을 비교해보는 일이 남았습니다. 항목별로 짜둔 예산에서 이달에 더 많이 나간 곳, 혹은 덜 쓴 곳이 어딘지를 파악해야겠죠. 이 작업은 ‘달’이 아닌 ‘분기’나 ‘연(년)’으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1월에 교통비 명목으로 평소(8∼9만원)보다 많은 14만6300원을 썼습니다. 택시를 많이 탄 게 아니냐고요? 그건 아니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월에 서울시에서 기후동행카드가 나왔잖아요? 원래 전 알뜰교통카드를 쓰고 있었는데 따져보니 기후동행카드로 갈아타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기후동행카드는 선결제 형식이라 2월25일까지의 교통비로 6만2천원을 추가로 쓴 겁니다.(기후동행카드 사용 후기는 다음 주 쩐화위복에서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이걸 생각하지 않고 1월에 교통비를 많이 썼다고 좌절하거나, 2월에 나가지 않을 교통비를 다른 데 써버리면 곤란하겠죠. 예산과 가계부를 비교해가며 ‘리뷰’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가계부 앱을 쓰면 지출 분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처음에 세웠던 예산과 비교해보는 과정은 필수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혹시라도 아직 예산을 짜지 않고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신다면, 역시 좌절 안 하셔도 됩니다. 지나간 지출을 살펴보며 예산을 짜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면, 가계부를 먼저 써보시고 내 소비 행태를 간략히 파악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짜셔도 충분합니다.
이번 쩐화위복, 새로운 정보가 많아 공부하는 기분이었던 예·적금 편보다는 쉬우셨…죠? 하지만 그만큼 ‘실천’이 중요합니다. 제가 참고한 재테크 책에서도 “가계부를 잘 쓰는 사람은 끝까지 쓰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분류가 너무 세세하지 않아도, 금액이 조금은 틀려도 좋으니 매일, 꾸준히, 끝까지 쓰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귀찮고 지치실 땐 역시나 저희가 같이 세웠던 ‘저축 목표’를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편에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알뜰교통카드와 기후동행카드 사용 후기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