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 크기 밖에 안 팔려…올해 제일 많이 오른 金 "조정 받을 때"
국내 소매시장서 한돈에 40만원 훌쩍 넘어
업계 "반돈짜리도 안 팔려…1g짜리 초소형 인기"
사진=신경훈 기자
사진=신경훈 기자
메리츠증권은 28일 금 가격에 대해 "단기적으로 가격 부담에 조정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 증권사 박수연 연구원은 "금 장신구 수요는 이미 급냉했고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도 역사적 고점을 향해 증가하고 있다"며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전망도 단기 조정 요인"이라고 관측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 전 거래일 대비 29.60달러(1.18%) 오른 온스(oz)당 2546.30달러에 마감했고 지난 20일에는 2570.4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최혁 기자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골드바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최혁 기자
박 연구원은 "금은 8월 들어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올해 주요 자산군 중 수익률도 가장 높다"며 "미국 주식 변동성이 금보다 낮았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체감 수익률은 훨씬 높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지금 금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에는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사실"이라며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초와 비교하면 60% 뛰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금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을 지탱하는 요소가 확인된다"며 "전쟁을 필두로 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분절화 등은 안전자산으로써 금 수요를 지탱하는 요소이고, 신규 채굴된 금의 등급 하락은 생산비용을 높여 가격 하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다만 "금값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상승한 점은 부담"이라며 "미국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전망 아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점도 투기적 수요에 대한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의 분석 대로 국내 금 소매시장에서도 수요 둔화 흐름이 강하게 포착되는 분위기다. 한국금거래소가 집계한 지난 27일 기준 금 한돈(24k 기준 3.75g)의 살 때 가격은 45만7000원으로 4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 20만원대 초반과 비교해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 중인 돌반지의 모습./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판매 중인 돌반지의 모습./사진=뉴스1
한 귀금속 회사 관계자는 “금 한 돈이 40만원을 훌쩍 넘으면서 돌반지는 반 돈짜리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돌반지 선물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부모가 직접 아이의 열 손가락에 끼워줄 금반지 열 개, 열 돈을 사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그나마 팔리는 것은 1g단위의 초소형 금 상품이다. 초박막 미니바, 쌀알 모양 등으로 판매되는 초소형 금은 1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금값 상승을 예상하는 젊은 소비자가 투자 차원에서 조금씩 구매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