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통 어떡하나"…한도 제한·2단계 DSR 시행 앞두고 이용자들 '한숨'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시 마통 한도 하향 불가피할 수도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2021.8.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2021.8.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현 김근욱 기자 = # 직장인 A 씨는 오는 9월 말에 10년간 쓰던 한도 1억 2000만 원짜리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 통장)이 만기가 돼 새롭게 대출(재대출)받을 예정이다. 그런데 내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되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현재 40%인 DSR 기준을 꽉 채워 대출을 쓰고 있던 터라 9월말에 마이너스대출을 새롭게 받을 경우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그 때문에 A 씨는 한도 하향에 따라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조이기 시작하면서 마이너스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이 이미 신규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한도를 줄이고 나선 데 이어 내달 2단계 DSR 시행 이후 만기 도래로 새롭게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아야 하는 소비자의 경우 한도가 기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신규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경우 기존 1억~1억5000만 원이었던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제한한다.
이는 신용대출인 마이너스통장의 자금을 통해 갭투자 등을 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이같은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아직까진 KB국민은행 외엔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제한하는 은행은 없다. 그러나 가계대출 수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각 은행이 신용대출까지 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지난 2020년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은행들이 1억원 초과 신용대출(집단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을 전면 중단하는 극약 처방을 내린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진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지금의 방안으로도 가계대출 수요 관리가 안 된다면 추가 방안도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도 마이너스통장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각종 대출 상환 원금·이자 비율이 은행 기준 40%를 넘지 못하게 하는 대출 규제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9월부터 수도권은 1.2%포인트(p), 비수도권은 0.75%p의 가산금리가 적용되고,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1억원 초과)도 DSR 산정에 포함된다.
그 때문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해 DSR 40%를 꽉 채워 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연간 소득이나 주택담보대출 상환액 등에 변화가 없다면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시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2단계 시행 이후 마이너스통장을 재개설해야 하는 경우라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이너스통장은 통상 10년까지 연장 심사를 거쳐 한도 내에서 자금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기한이 끝날 경우 재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신규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된다.
DSR 40%를 꽉 채워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9월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마이너스통장을 재개설하게 된다면, 주담대 등 다른 대출을 줄이지 못할 경우 마이너스통장 한도 하향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한 마이너스통장 이용자는 "만기가 돼 마이너스통장을 다시 개설해야 하는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관련해 알아보니 한도가 1000만~2000만 원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장 1000만~2000만 원을 어디서 구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한도 제한과 관련해 실수요자 등에 불편이 있을 경우 개선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에 대한 실효성 부분은 은행연합회를 통해서 같이 한번 점검해 볼 것"이라며 "만약에 은행에서 발표한 것에 대해 실수요자나 국민 불편이 있으면 다시 한번 개선한다든지 이런 작업은 앞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현 기자 (gayunlove@news1.kr),김근욱 기자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