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넋 빠진채 일했다”…하이닉스 -10%, 반도체 ‘대학살의 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7%↓
외국인·기관 폭풍 매도에
韓·日·대만 반도체 직격탄
바이든 추가 대중규제 예고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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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공포와 함께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 기술주 실망감이 복합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2일 경기침체 공포에 따른 미국 뉴욕증시 급락 여파가 아시아 시장을 집어삼킨 가운데 그간 아시아 증시를 이끌어가던 반도체 업종들이 맥을 못추고 급락 장세를 연출했다. 특히 한국과 대만, 일본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 유독 반도체 업종의 발작이 도드라졌다는 평가다.
1일 미국 증시 폭락과 함께 반도체 기업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7.14%나 폭락하며 반도체 공포장을 유도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요인에 민감한 반도체·장비 제조사들이 포진한 한국과 대만,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충격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2일 일본 도쿄증시의 대표적 반도체 종목인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반테스크가 각각 11.99%, 8.01% 급락했다. 또 다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인 레이저텍은 11%, 디스코는 7% 가량 각각 내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반도체 주가들이 국경의 구분 없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5.94%, 2위인 삼성전자가 4.21% 하락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두자릿수인 10.4%까지 떨어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4% 하락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증시 급락기인 202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삼성전자를 2866억원, SK하이닉스를 3699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이 이날 코스피에서 8435억원 순매도한 점을 감안하면 순매도액의 78%에 해당하는 규모를 반도체 두 종목에서 쏟아낸 셈이다.
이밖에도 테크윙이 14.69%, 한미반도체가 9.35% 내리면서 소부장 주가까지 빠져 KRX반도체 지수는 7.8% 내렸다. 지난 2월 수준으로 돌아간 수준이며 고점 대비 20%가 빠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7월 수출데이터를 볼 때 3분기 실적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외국인과 기관들의 시각이 반전됐다.
TSMC와 도쿄일렉트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을 비롯한 각국 대표 반도체 기업의 폭락세는 가뜩이나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알려지면서 복합 효과를 일으켰다.
앞서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AI 반도체·관련 장비에 대한 접근을 억제하기 위해 이르면 이달 중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에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 기업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규제가 시행되면 HBM3, HBM3E를 비롯해 HBM2 이상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메모리칩과 이를 만들기 위한 장비의 중국 납품이 제한될 수도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표심 잡기 수단으로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에 더욱 속도는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 도쿄 외환시장에서 계속해 엔화 강세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후 일본 증시는 하락했고,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빅테크주 급락과 엔화가치 강세가 맞물리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프 슐츠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츠 경제·시장 전략 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투자자들이 그동안 기술주를 사려고 엔화를 팔았는데, 최근엔 엔화 강세와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대형 기술주에서 강제 매도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를 빌려 달러화로 바꾼 후 미국 기술주 등에 투자했던 일본인 투자자가 엔화 강세 속에서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증시가 더욱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오츠가 류타 도요증권 전략가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국 경기 둔화와 엔화 강세 우려로 기업 실적에 대한 전망이 바뀌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 같다”며 “단기간에 시장 분위기가 약세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김제림 기자(jaeli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