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주가에 기름 붓는다"…사두면 돈 버는 종목들
연기금들 벤치마크 활용 땐 수급 대형 호재
사진=ChatGPT 4o
사진=ChatGPT 4o
올해 돋보이는 성과를 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주들이 남은 하반기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힘을 받고 있다. 밸류업 우등생들을 한데 모은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불붙은 주가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KRX 300 금융' 지수는 연초 이후 전날까지 29.36% 상승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산출한 KRX 지수들 가운데 해당 기간 최대 상승폭이다. 이어서 'KRX 은행'(27.93%)과 'KRX 보험'(27.28%), 'KRX 증권'(21.82%)이 나란히 뒤를 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KRX 300 금융' 지수가 11.72% 오른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상승폭의 약 3배를 달성한 셈이다.
이들 주가 상승 배경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현금 여력을 갖춘 금융주가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주주환원 규모를 공격적으로 키울 것으로 기대돼서다. 실제로 현재까지 밸류업 예고 공시·본 공시를 한 상장사 10곳 중 4곳이 금융주로 이 업종의 밸류업 참여도가 가장 높다.
주가의 단기 상승에 따른 부담에도 증권가 전문가들은 여전히 밸류업 관련주들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우선 9월 중 개발될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2차 랠리의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향후 자산운용 규모가 큰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이 이 지수를 벤치마크 지표로 참고·활용할 경우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작업에 한창이다. 수익성과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과 등 주요 투자지표들을 함께 고려해 구성종목(기업)을 편입할 예정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과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개선될 수 있는 기업이 여럿 포함될 예정인 만큼 시가총액이 높으면서 주주환원 정책 의지가 높은 지주, 금융지주, 보험 등 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 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들도 출격 대기 중이다. 통상 제도가 바뀌거나 새 정책이 추진될 경우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관련 상품을 동시에 출시한다. 이번의 경우에도 운용사들은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활용해 연말 '밸류업 ETF'들을 내놓을 예정이다.
통상 ETF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릴수록 해당 ETF 구성종목들로 유입되는 투자금이 늘어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 물론 주가 상승 선순환을 위해선 종목들의 시총이 너무 무겁지 않고, ETF도 흥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변수들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ETF 출시 소식은 수급에 호재다.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향후 계획. 이미지=한국거래소, 삼성증권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향후 계획. 이미지=한국거래소, 삼성증권
신승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정보팀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은행주 상승을 견인하는 논리가 실적과 주주환원"이라며 "국내 금융주들은 지수·ETF 출시 등 하반기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주가가 재차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육동휘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실장 역시 "정부 주도하의 정책은 기금·기관들의 자금을 움직일 수 있다. 밸류업 투자를 고민하는 기관들이 개별 종목단에서 자금을 넣기엔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한 만큼,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 위주로 접근하거나 ETF를 통해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수급이 개선되는 흐름인 만큼 관련주의 주가 하방이 닫혀있고 상방은 열린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예정된 호재였던 만큼 단순 수급 개선 이상의 모멘텀(상승동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는 9월에 개발되는데 관련 ETF 상품은 12월께 출시되는 만큼 기간의 공백으로 수급이 예상보다 크게 몰리지 않을 수 있다"며 "과거 관제펀드들을 짚어보면 초반에만 반짝 돈이 몰렸다가 이내 돈이 빠져나가는 '용두사미' 형식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ETF의 기관 자금 유입 효과를 크게 기대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