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계약에 휘청이는 YG엔터... “돈 잘 벌 때 단일 의존도 해소했어야”
IP 분산 안 돼 있는 YG엔터, 주가 타격 커
증권업계, 목표가 낮추고 투자 의견 ‘중립’
YG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그룹 블랙핑크의 개인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 매출이 블랙핑크에서 나온 터라 소속된 다른 그룹이 활동하더라도 주가 상승 요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엔터사는 소속 가수로 분류되는 지식재산권(IP)을 다수 확보했지만, YG엔터는 블랙핑크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전성기 시절 매출 다변화를 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YG엔터에 대한 목표가를 내려 잡고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YG엔터(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일 대비 200원(0.43%) 내린 4만6300원에 그쳤다. 지난달 29일 YG엔터가 블랙핑크 멤버 4명과 개별 활동 계약을 하지 않았단 소식이 전해진 뒤 이달 2~4일 사흘간 9.22% 내렸다.
YG엔터는 블랙핑크 계약 소식에 따라 주가가 출렁였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6일에는 블랙핑크 그룹 활동에 대한 전속 재계약 건이 알려지며 주가가 하루 만에 25.63% 급등했다. 그동안 지속된 재계약의 불확실성을 해소한 듯 보였다. 블랙핑크의 전속 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8월부터 재계약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YG엔터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멤버 개별 계약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아 상승 요인을 찾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9월 7만~8만원대였던 주가는 블랙핑크 재계약 불확실성이 짙어진 뒤 절반 가까이 떨어지며 최근 4만원선으로 추락했다.
블랙핑크의 그룹 활동 재계약을 호재로 인식하고 YG엔터를 사들인 개인 투자자는 손실을 보는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은 블랙핑크 그룹 활동 재계약이 이뤄진 지난달 6일부터 전날까지 최근 한 달간 YG엔터를 510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60억원, 250억원씩 팔아치웠다. 이 기간 YG엔터 주가는 20% 넘게 내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시총 8000억원대 기업이 소속 가수 한 팀의 계약에 주가가 반토막날 수 있냐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더 이상 기대 요인마저 없다는 반응이다. 각국에서 총 18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블랙핑크의 초대형 해외 투어도 지난해 3분기에 마무리됐다.
YG엔터가 유독 급등락이 큰 건 블랙핑크 단 하나의 IP에만 의존하는 구조여서다. 블랙핑크가 YG엔터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블랙핑크의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이 80%가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나 컴백 전인 보이그룹 트레저의 활동에 대한 기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쟁사인 JYP Ent.는 스트레이즈키즈와 트와이스 두 팀을 보유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성장세 덕을 크게 본 하이브마저도 2020년 플레디스를 인수하면서 보이그룹 세븐틴을 확보했다. 현재 르세라핌과 뉴진스도 두고 있다. 에스엠에는 엑소와 샤이니 등이 소속돼 있다.
사실상 YG엔터의 성장을 홀로 이끌어온 블랙핑크에 대해 더 이상 유의미한 활동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멤버들의 소속 회사가 각기 달라지는 만큼 팀 활동을 하는 데 일정을 협의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핑크 개인 계약이 무산돼 목표 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7만원으로 낮췄다”고 했다.
알고 보면 개인 계약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는 하이브와 BTS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BTS 완전체 활동 중단 소식이 전해졌던 2022년 하이브의 매출은 1조7762억원이었다. 하이브에 따르면 당시 매출에서 BTS를 제외한 전체 가수의 비중이 40% 중반 정도다. BTS 팀 완전체 활동이 같은 해 6월 멈췄는데도 여전히 하이브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팀 활동 부재 시기에 멤버들의 개별 활동이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하이브의 매출은 전년보다 25.15% 늘어난 2조2229억원으로 전망된다. BTS 멤버 중 군대에 간 2명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 4명의 음반 판매량이 800만장을 넘어섰다.
YG엔터의 실적 전망은 좋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YG엔터 매출은 지난해보다 3.6% 감소한 5381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31% 줄어든 823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핑크 활동이 당분간 없다면, 베이비몬스터와 트레저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주가 상승 요인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실적 성장은 블랙핑크의 해외 투어 영향이 컸기 때문에 4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는 매출과 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 의견도 ‘중립’으로 본다”고 했다.
소가윤 기자 s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