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게 노소영 건가요?"…폭발한 SK 직원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최태원 회장 '승계기반' SK C&C…내부거래 수십兆로 성장
재판부, 비자금만 관심…그룹 임직원·주주 기여도 무시
이 기사는 06월 05일 16: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스1
"전화할 시간도 없네요."
"우리가 기여한 것은 없나요?"
SK그룹은 지난달 30일 이후 '초비상' 상태다. '세기의 이혼 재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완패한 영향이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로 그룹의 지배구조·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응 전략 설계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울분을 토하는 직원도 있다. 최 회장의 지배력의 밑천인 '대한텔레콤(현 SK C&C)'이 재산분할 대상에 들어간 데 대해 분개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 회사가 그룹의 수십조원대 일감·자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일감·자원은 SK그룹 계열사 주주·임직원들의 몫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의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7.7%(1297만5472주)에 이른다. 시장가치가 2조2000억원에 이른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포함한 배경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최 회장이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일부 활용해 SK C&C 지분 70%를 샀다고 평가한 결과다. 1994년 최태원 회장은 2억8000만원에 SK C&C 지분 70%를 매입했다. 2억8000만원에 사들인 이 주식은 현재 2조2000억원어치의 SK㈜ 주식으로 탈바꿈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증여금으로 SK C&C 주식을 샀다"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인수자금보다는 SK C&C 성장 자원과 일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억8000만원어치 주식인 SK C&C가 2조2000억원어치 SK 주식으로 탈바꿈한 것은 인수자금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K C&C는 1991년 출범한 직후 2015년 SK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그룹의 정보기술(IT) 일감을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다. 그룹 임직원·주주가 누리고 취득해야 하는 자원과 일감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렸다.
이 같은 분석은 최태원 회장이 유공(현 SK)으로부터 SK C&C 주식 70%를 2억8000만원에 인수한 1994년 1월 이후 흐름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SK C&C는 최 회장이 지분을 소유한 직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계열사의 시스템통합(SI) 일감이 몰려든 결과다. 계열사 매출 비중이 40%를 매년 웃돌았다. 2014~2015년 계열사 거래 규모가 1조원 안팎에 달했다. 안정적 내부거래로 매년 1000억원대 순이익을 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최 회장은 1998년 7월 주식 21%를 SK텔레콤에 무상증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후 SK C&C를 통해 그룹 지주사인 SK 지배력을 강화했다. SK C&C는 1998년 SK 전환사채(CB) 1400억원어치를 인수했고, 2020년 주식 전환권을 행사해 SK 주식 8.57%를 확보했다. 2007년 SK가 SK이노베이션으로 인적분할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SK 주식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SK C&C는 SK 주식을 31.82%로 불렸다. '최 회장→SK C&C→SK'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춘다. 2015년 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최 회장은 SK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최 회장의 SK C&C가 누린 그룹의 일감이 일반 SK그룹 계열사로 흘러갔다면, 그만큼의 이익은 SK그룹 임직원·주주의 몫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만큼 최 회장의 자산은 그룹 임직원·주주 몫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SK C&C의 성장배경을 무시하는 한편 이 회사 주식 매입자금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혼 재산분할 제도에 대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여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서 '그룹 임직원·주주 몫'에 대해 전혀 고민한 흔적이 없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