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개미들 곡소리 나지”…돈 없다고 ‘이것’ 쏟아내는 상장사들
5월까지 전환사채 2.7조 발행
교환사채도 1년새 47% 급증
주식 전환땐 주가 하락 우려
기존 주주들 불만 커지기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비용 부담으로 메자닌(주식관련 사채) 발행이 늘어났다. 시중금리가 오른 데다가 중·소형사에 대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져 메자닌이 자금 조달 통로로 쓰이고 있다.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이 분기별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지기도 했지만 코스닥 중소형 기업은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다. 자금 조달에 은행 대출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최근 대출 문턱이 높아져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관련 사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발행된 전환사채(CB) 규모는 2조66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발행된 1조7793억원에 비해 16%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교환사채(EB) 발행 규모는 3136억원에서 4601억원으로 47% 급증했다.
전환사채와 교환사채는 추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을 띤다. 전환사채는 일정 시점에 발행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하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교환사채도 이와 비슷하지만 발행기업 주식 외에도 발행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타사 주식과 교환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과 주식에 동시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같은 메자닌은 사실상 주식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올해 전환사채, 교환사채를 발행한 곳들은 중에는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엔터테인먼트 및 게임 기업이 많았다.
암진단 솔루션 기업인 루닛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1715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심텍도 지난 3월 100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34만317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만건 이상 줄었다.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2%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재무 상태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벤처·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제도다.
금융위원회가 기술신용대출 기준을 강화한 데다가 중소기업대출 리스크도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0.61%로 전년 동기 대비 0.16%포인트 높아졌다.
고금리 환경으로 인해 규모가 큰 기업들도 전환사채 발행에 나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분간 메자닌 발행 증가 추세가 지속될 걸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은행 대출이나 사채로 자금을 쓰던 시총 규모 1조원 이상인 기업들도 최근 롤오버(만기연장) 때 전환사채 발행을 고려하는 분위기”라며 “3~4년 사이 발행금리가 2%포인트 이상 높아져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메자닌은 투자자에게 유리한 옵션으로 인해 당장 발행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식전환권이 행사되면 최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또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이 조정된다면 전환가능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심화될 수 있다. 투자자의 조기상환 청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발행기업의 유동성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명지예 기자(bright@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