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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 마음 독하게 먹어야겠네”…원화값 1300원시대 오래간다는데

시중은행 외환전문가 하반기 1300원 중후반대
작년8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1300원대
한미금리차·통화긴축 여진 등 원화 약세 지속
변동성도 확대될 듯, 달러 분할 매수·매도 필수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글로벌 강달러로 하반기에도 ‘1달러=1300원 이상’ 시대가 이어질 전망이다. 역대 가장 긴 원화 약세를 경험하는 가운데 환 변동성 확대에도 유의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매일경제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은행 외환전문가에게 올 하반기 원화값 전망을 설문한 결과 4명 중 3명이 평균 달러당 1300원 중후반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하는데 그치면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당 원화값이 주로 1360~1380원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미국의 3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 역전 폭이 커지며 시장 금리가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을 감안해 1300~1390원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도 “10월까지 1350~1360원대에서 주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달러당 원화값을 1250~1350원대로 전망한 문정희 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면 4분기 1200원대 진입을 노려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달 원화값이 1350원대 진입에 실패할 경우 원화값 하단이 달러당 1350원대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망도 비슷하다. 교보증권은 최근 하반기 환율 전망 보고서에서 원화값이 3분기와 4분기 각각 달러당 1345원, 1335원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원화값이 달러당 평균 1380원, 1360원일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값은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연속 월평균 달러당 1300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을 기록하고 있다. 원화값이 달러당 1400원대까지 추락한 바 있던 2022년 하반기에는 5개월만에 1200원대로 복귀했고,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원화값이 달러당 1300원대 이하로 급락한 뒤 불과 7개월만에 평년 가격대인 1100~1200원대로 상승했다.

한 외환 딜러는 “올 초만해도 달러당 1300원대를 두고 ‘비정상’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젠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최대치로 벌어진 2%포인트 금리 역전 폭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수록 국내 주식·채권 등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서학개미의 급증도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학개미는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학개미들의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를겨 겨냥한 공격적인 투자세로 외화증권 보관액이 최근 역대 최고치인 1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유럽부터 금리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더라도 인플레이션 여진이 당분간 계속되는 것도 원화가 힘을 못쓰는 이유로 꼽힌다. 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약세의 주범인 인플레이션 시대의 종언이 경제에 반영되기까지 1~2년 정도 걸린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원화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의 금리 인하가 시장의 예상과 빗나거나 글로벌 최대 이벤트인 미국 대선 향방에 따라 원화가 출렁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달러당 원화값은 지난달 30일, 31일 이틀간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발생하면서 19.5원이 빠졌다. 이 때문에 달러를 사거나 팔 땐 ‘분할’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이소연 기자(lee.soyeon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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