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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 비싸서 안 마신다는데… 서학개미는 주가 급락에 우르르 몰려갔다

올 들어 20% 떨어진 스타벅스… 5월 서학개미 순매수 1위
월가 “아직 저점 매수 타이밍 아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최근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린 미국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에 지갑을 닫고 있다. 스타벅스 주가는 실적 부진 여파로 올해 들어 20% 넘게 하락했다. 일각에선 지금의 스타벅스 제국을 일군 하워드 슐츠 전 최고경영자(CEO)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로 꼽았던 2007년보다 더 한 위기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31일 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스타벅스 앞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카고 청년 해방' 단체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1일 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스타벅스 앞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카고 청년 해방' 단체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4일 미국 나스닥 등에 따르면, 스타벅스 주가는 지난해 말 96.01달러에서 이달 10일(현지 시각) 76.11달러로 20.7% 하락했다. 특히 스타벅스 주가는 ‘어닝 쇼크(실적이 예상보다 나쁜 것)’에 가까운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한 1일 하루에만 16%가량 급락했다.

1분기 스타벅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감소한 86억달러(약 11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91억3000만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스타벅스의 분기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동일 매장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 4%를 기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14% 감소한 0.68달러였다. 그나마 스타벅스가 제품 가격을 평균 4% 인상하면서 매출 감소를 일부 상쇄했다.

미국 투자은행 윌리엄블레어의 샤론 잭피아 애널리스트는 “스타벅스가 팬데믹이나 대불황기를 제외하고 가장 고통스러운 실적을 보여줬다”며 “회사가 가격을 과도하게 책정했던 것인지, 브랜드 매력을 잃었는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했다. 하워드 슐츠 전 CEO도 “안타깝게도 스타벅스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주주들의 기대를 크게 저버렸다”며 “매장과 핵심에 다시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전 최고경영자. /블룸버그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전 최고경영자. /블룸버그

이에 시장에서는 스타벅스가 경영 위기에 봉착했던 2007~2008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스타벅스는 뉴욕 중심가에서 100m마다 매장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외형 확장에 집중했다. 덕분에 글로벌 전체 매출은 늘었지만 동일 점포 매출은 5% 증가에 불과했다. 매장당 소비자 수도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커피 맛에도 뒤처진다는 혹평이 잇따랐다. 전반적인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와중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스타벅스 주가는 그해 42% 떨어졌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는 최근 스타벅스 주가를 저점이라고 인식한 듯 스타벅스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5월 들어 10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이 스타벅스였다. 이 기간 7534만달러(약 1030억8000만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2년 전인 2022년 5~6월 주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며칠 사이 오르면서 투자자 사이에선 차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는 지금은 저점 매수보다는 더 긍정적인 회복 신호를 기다릴 때라고 내다봤다. 우선 최근 아라비카 커피의 주된 생산국인 브라질이 올해 들어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커피콩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점이 악재다. 지난 10일 기준 미국 뉴욕상품 거래소(NYBOT-ICE)에서 거래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t당 443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가격(3801달러)과 비교하면 약 17% 상승한 수치다. 커피콩 가격이 오르면, 스타벅스의 이윤 폭은 줄어든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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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식음료 업계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보복 소비’에서 필요한 것만 취하는 ‘선택적 소비’로 바뀌면서다. 올 1분기 스타벅스 미국 매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가장 큰 분기별 감소 폭이다. 실적 악화에는 스타벅스가 친이스라엘 기업으로 분류되며 불매운동 타깃이 된 영향도 있다.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매장이 많은 중국의 경우 시장 포화 상태로 매출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스타벅스의 올 1~3월 중국 매출은 7억600만달러(약 96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올해 들어 점포가 118개 늘어났는데도 매출이 줄어든 것은 고객당 평균 주문 단가가 9%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월가는 스타벅스의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스타벅스의 목표주가를 100달러에서 92달러로 내렸다. 도이체방크는 목표주가를 108달러에서 89달러로 낮추고,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보류’로 하향 조정했다. 로렌 실버만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역풍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라며 “스타벅스 실적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정민하 기자 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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