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났네”...한달새 13% 빠지더니 하루만에 6% 급반등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침 발표
KB금융 9% 삼성생명 8.9%
금융주, 증시 주도주될지 촉각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기가 설치돼 있다. [김호영 기자]
서울 시내 주요 은행 ATM기가 설치돼 있다. [김호영 기자]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돌입한 은행주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된 세제 혜택을 발표하자 보험·증권주까지 일제히 상승했다. 최근 두달가량 이어지던 반도체 상승세가 한풀 꺾이며 순환매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22일 국내 은행주 10개로 이뤄진 KRX 은행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47% 올랐다. 직전 한달(3월19일~4월19일) 동안 이 지수는 13.3% 하락했었지만 하루만에 낙폭의 절반가량을 되돌린 셈이다. 은행주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KB금융은 이날 9.11% 급등했다. 하나금융지주(8.78%), 신한지주(6.11%), 우리금융지주(4.51%) 등 4대 금융지주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였었지만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거론된 점이 영향을 줬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장관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배당소득을 분리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주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세액공제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2월 초 이후 두 달 동안 26.5% 급등했던 반도체 업종이 최근 일주일(15~22일) 사이 8% 하락하며 조정받자 은행주 등 밸류업 수혜주로 다시 관심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그간 반도체 종목에 눌려서 못 올랐던 밸류업 관련주들은 시장민감도가 낮기에 변동성이 커지자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며 “ASML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증시를 주도했던 반도체 종목들이 조정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자 밸류업 종목들이 반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기대감을 키웠다. 22일 JB금융을 시작으로 25일 KB금융, 26일에는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있다. 기업은행은 29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추가 충당금 적립 우려가 컸지만 은행 자체적인 충당금 외 대규모 적립은 1분기 이후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며 “1분기 실적은 이미 낮아진 컨센서스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4520억원을 순매도한 와중에 은행주는 850억원 순매수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지연되고 원화값 하락세가 진정된 점도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 우려가 완화되면서 22일 은행주 외에도 보험주, 증권주까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날 KRX 보험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52%, KRX증권 지수는 5.23% 올랐다.
증권·보험 업종에 대한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다음달 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금융사들이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에 적극 나설 거라는 기대가 커졌다. 지난 18일 보험사 중 처음으로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개한 한화손해보험은 2026년까지 보통주 주당 배당금(DPS)을 연 10% 내외로 지속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둔 데다 위탁매매 부문 수익이 견조하게 나오며 전체 실적이 턴어라운드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보험사는 올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보험계약 마진을 확대해야하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실적을 늘려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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