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어" 금투세 압박…개미들 혼돈의 대탈출 시작된다
[편집자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주식시장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 소득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해외 증시로의 투자자 이탈이나 증시 침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이란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거세다. 금투세를 둘러싼 쟁점과 예상되는 영향을 짚어본다.
"4억벌면 세금1억" 개미런 부르는 금투세, 서학개미는 더 뗀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놓고 국내 주식시장이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당장 내년부터 금투세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투세를 내야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다 금투세를 피해 슈퍼개미들이 떠난다면 국내 증시 위축이 불가피해서다.
◆ "4억 벌었으면 1억 내놔"…논란의 금투세, 뭐길래 "서학개미는 더 뗀다"
2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투세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금투세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실현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금투세는 당초 지난해 1월 1일 시행될 계획이었으나 금융투자업계와 개인투자자, 정치권 등이 반대하면서 2년 유예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금투세 폐지를 공약했고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번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며 금투세 폐지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금투세 도입은 금융투자상품의 과세 표준을 통일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양도소득세로 과세(대주주에만 적용)되지만 ELS(주가연계증권), ETN(상장지수증권)은 금융소득종합세로 과세되는 등 조세 형평성 문제가 계속 불거졌다. 금투세 도입을 통해 조세 형평성, 투자 중립성, 형평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 주식 및 관련 펀드 등의 양도차익으로 인한 금융소득이 5000만원을 넘길 경우 과세된다. 소득이 3억원 이하일 경우 5000만원을 공제한 후 금투세 20%와 지방소득세 2%가 합해져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3억원을 초과하면 공제 후 27.5%의 합산세율이 적용된다. 해외주식, 비상장주식, 채권, 파생상품의 경우 금융소득이 250만원을 넘기면 과세 대상이 된다.
예로써 △국내 상장 주식(2억원) △K-OTC(장외주식시장) 주식(3억원) △국내주식형 공모펀드(-5000만원) △국내주식형 ETF (-1000만원) 등의 수익을 냈다면 이를 모두 합한 4억4000만원에 대해 금투세가 적용된다. 50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27.5%의 세율이 적용돼 총 9075만원의 세금을 내야한다. 투자로 4억원을 넘게 벌었지만 세금으로 9000만원을 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서학개미는 더 큰 타격을 입는데 △해외주식 3억원 △채권 1억원 △파생결합증권 2억원 △파생상품 -1억6000만원 등이라면 국내주식처럼 수익금이 4억4000만원으로 같지만 과세금액이 1억381만2500원으로 된다. 기본 공제액이 250만원에 불과해 내야하는 세금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의 MTS인 '신한알파-금융투자소득세 계산기'를 이용한 금융투자소득세 세액 계산 예시. 기본공제 5000만원 대상인 1그룹의 경우 4억4000만원의 소득을 봤다면 부과 세액이 9075만원이 된다. 기본공제
신한투자증권의 MTS인 '신한알파-금융투자소득세 계산기'를 이용한 금융투자소득세 세액 계산 예시. 기본공제 5000만원 대상인 1그룹의 경우 4억4000만원의 소득을 봤다면 부과 세액이 9075만원이 된다. 기본공제 250만원 대상인 2그룹의 경우 똑같이 4억4000만원의 소득을 봤다면 부과 세액이 1억381만2500원이 된다.
2020년 금투세 도입 논의 당시 정부가 분석한 추정에 따르면 과세대상자는 1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늘어나고 과세규모도 연간 1조6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는 문재인 정부가 코스피지수가 2000선 안팎에서만 움직이는 박스피 기간을 분석구간으로 잡았기 때문이지, 2020년 이후처럼 국내증시가 급등한 시기를 포함하면 과세대상자가 엄청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 후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약 4조328억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개인 투자자 증권계좌에서 이만큼의 돈을 가져오겠다는 얘기다. 연평균 1조3443억원이다.
◆ "금투세 도입 절대 안 된다"…개미들, 반발 커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잠재적인 과세 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대주주에 한해서만 세금이 부과됐다. △개별 주식 종목 지분율이 유가증권시장은 1%, 코스닥시장은 2% 이상인 경우 △개별 종목당 주식을 시가총액 기준 50억원 이상 가진 경우 대주주로 분류됐다. 대주주 요건에 따라 세금 부담이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았으나 이젠 일반 투자자들도 금투세를 내야한다.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은 증시 위축을 불러 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난해 금투세 도입 유예를 결정한 이유도 당시 주요국 통화긴축, 경기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의 불확실성 증가로 주가하락, 거래대금 감소 등 주식시장이 위축되고 있었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따라 설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외국인 투자자나 외국계 펀드의 경우 금투세 과세 대상이 아니기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아울러 금투세는 반기마다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부과되는데 세금을 미리 받아간 후 직접 투자자가 세무서에 확정신고를 해 더 낸 세금을 환급받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 되는 셈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만 금투세가 적용되니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오히려 증권거래세 인하로 반사수혜를 보게 된다"며 "금투세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부자감세인 격"이라고 했다. 이어 "원천징수를 하게 되면 복리 효과가 사라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서둘러 발을 빼고 동시에 증시도 하락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논란의 금투세, 해외로 떠나고 주식도 옮기고…엑소더스 K증시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84p(1.63%) 하락한 2,591.86, 코스닥 지수는 13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2.84p(1.63%) 하락한 2,591.86, 코스닥 지수는 13.74p(1.61%) 하락한 841.91, 달러·원 환율은 9.3원 오른 1,382.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4.4.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주식 양도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과도한 세금으로 큰 손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수억원대 세금…슈퍼개미 증시 이탈?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우려는 증시 충격이다. 기존에 없던 세금을 부과하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조세 저항은 불가피하고 특히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큰 손 투자자들이 금투세를 회피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로 수익이 날 경우 20~25% 세율로 과세한다. 연간 5000만원까지는 비과세로 대부분 개인 투자자에게는 해당이 없지만 투자 규모가 수백억 단위인 소위 '슈퍼 개미'들은 억 단위 세금을 내게 될 수도 있다. 내년 금투세가 시행되기 전에 세금 회피를 위한 개인의 매도 압박이 커지는 이유다.
국내 투자금이 해외로 이탈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재 해외 주식에 대해서는 매매차익에 250만원을 공제한 후 20% 세율로 과세한다.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세금이 같아지는 셈이다. 이 경우 수익률이 더 높은 해외 주식으로 개인 투자금이 몰려갈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한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전문투자자 자격이 있는 개인은 이미 국내 비중을 줄이고 해외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며 "고액 자산가 고객 중에서는 금투세 도입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문의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소유주식수 기준 시장별 개인 투자자 주식 보유 비중 추이/그래픽=조수아
소유주식수 기준 시장별 개인 투자자 주식 보유 비중 추이/그래픽=조수아
특히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이나 중소형주는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코스닥 시장의 개인 보유 비중(주식수 기준)은 66.8%로 코스피(37.2%)보다 높다. 거래금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개인의 코스피 시장 거래비중은 52.5%인 반면 코스닥 시장 거래비중은 80.3%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A애널리스트는 "코스피는 외국인 비중이 높지만 코스닥은 개인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종목별, 업종별, 시장별 편차가 있을 것"이라며 "증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데 제도 시행까지 몇 개월 안 남은 상황에서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금투세는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외국인·기관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 금투세 시장충격 완화하는 장치미흡도 문제
연간 수익률과 거래 횟수에 따른 거래세 VS 금투세 자산가치 시뮬레이션 비교/그래픽=조수아
연간 수익률과 거래 횟수에 따른 거래세 VS 금투세 자산가치 시뮬레이션 비교/그래픽=조수아
개인 비중이 높은 일부 종목에는 영향이 있겠지만 코스피에서는 외국인 비중이 높아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손실이 날 때도 세금을 내는 거래세와는 달리 이익이 날 때만 세금을 내는 금투세가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금투세는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다른 투자 자산 간 손익 통산이 허용된다는 점에서 분산투자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금투세가 증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B애널리스트는 "손익통산 범위를 확대하거나 손익통산 기간을 현재 5년보다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며 "장기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한 장기투자공제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금투세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세금은 낸다. 외국인은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자국 조세제도 기준으로 자국 정부에 세금을 낸다. 미국의 경우 보유기간 1년 이상 장기투자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기관은 영업이익과 금융투자 소득 등을 합산해 법인세가 부과된다. 금투세는 단일세율 분리과세지만 법인세는 누진 적용된다.
"이러다 다 죽어" 금투세 미는 야당과 싸움 시작한 개미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요청' /사진=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요청' /사진=국회 국민동의 청원 사이트
1400만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청원 동의율이 9일 만에 5만명을 넘어섰다. 총선 이후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금투세 폐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에 이에 반발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 5만4000여명으로부터 동의를 받아 요건을 충족하면서 소관 위원회에 회부됐다. 회부요건(청원서 공개 후 30일 이내 5만명 이상 동의) 통과가 단기간에 이뤄졌다는 평가다.
소관 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가 타당한 청원이라고 판단하면 본회의에 올려 심의·의결하게 된다. 이후 정부나 국회가 청원 내용대로 법 개정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제21대 국회 임기가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청원은 국회 상임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다시 청원을 해야 한다.
동학개미 운동과 같이 개인 투자자들이 지배적인 반대 여론을 형성할 경우 야당도 무작정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거란 시각도 있다. 20대 이상 국내 유권자 중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14%에서 지난해 말 30%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 혜택 강화, 일반주주 보호 강화 등 소액주주 권리 향상 정책과 같은 사안은 야당도 찬성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 투자자 유권자를 의식한 결과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직원들이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무기명 투표를 검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직원들이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무기명 투표를 검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전체 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금투세 폐지를) 찬성한다면 의사결정 주체들이 이를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론이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감원은 이달 말 공매도와 밸류업 등을 주제로 개인 투자자와의 간담회를 예고한 상태다.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정책 변화가 일어난 사례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금융투자소득세의 국내 주식 기본공제액은 당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됐고, 손실이월공제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개인 투자자가 거세게 반발하자 문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언급했고, 이에 금융 세제 개편안이 대폭 수정된 것이다.
향후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이복현 원장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자본시장에 투자를 한 분들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간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세제 개편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대선 후보 당시 25년간 주식 투자를 하면서 '깡통'을 찬 경험을 밝히며 "장기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