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꿈의 기판 만든대" 주가 2배 껑충…이 종목에 우르르 몰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올 3월 이후 주가가 13%가량 올랐다. 상승세는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됐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유리기판 상용화를 위한 공동 R&D(연구·개발)에 돌입했다는 보도가 나온 시점이다. 삼성전기는 올 1월에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전시회 'CES'에서 2026년 유리기판을 본격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 효과에 힘입어 지난 3월 이후 주가가 54% 이상 올랐다. 앱솔릭스는 2억4000만달러(약 33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기판 생산공장을 세웠다. 올 상반기 중 제품생산에 돌입한다. 앱솔릭스는 SKC가 세계 최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함께 설립한 기판 전문업체다.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도 들썩였다. 올들어 와이씨켐과 필옵틱스, HB테크놀러지 등 유리기판 관련주로 분류된 상장사들은 주가가 대부분 올랐다. 최근 유리기판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양산 테스트에 착수한 와이씨켐은 3월 이후에만 주가가 2배 넘게 뛰었다.
반도체기판은 칩과 컴퓨터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현재 플라스틱과 같은 유기소재가 널리 쓰인다. 여러 개의 칩이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는 이종집적을 위해선 칩과 유기기판 사이 인터포저(중간 기판)가 필요하다.
고집적 패키지 기판이 필요한 AI용 반도체는 실리콘으로 만든 인터포저를 활용한다. 문제는 실리콘 인터포저 공정이 반도체 전공정에 준할 정도로 복잡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유기기판의 대안으로 부상한 게 유리기판이다. 유리기판은 휘어짐에 강하고 평탄도가 높아 인터포저를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 유기기판보다 많은 트랜지스터 집적이 가능해 이론상 유기기판보다 데이터 처리량이 8배 많고 전력소비는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점도 있다. 유리 특성상 누적압력이나 외부충격에 쉽게 깨져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이 떨어진다. 유리기판이 반도체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다. 유리기판이 대세로 자리잡기 위해선 관련 기술개발과 공정 최적화가 이뤄져야 한다. 아직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유리기판 공급망을 완전히 구축하지 못했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반도체업체가 2026~2027년 이후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관련 공급망의 이익기여를 논하긴 이르고 뉴스에 따라 주가 변동성도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