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년, 드디어 탈출"…삼성전자 개미들 '3조' 던졌다
2거래일간 3조원 넘게 팔아
사진=연합뉴스
"거의 2년 반 만에 수익. 하지만 다시 돌아올게요." "3년 만의 탈출"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또 역대급 규모로 던졌다. 그간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다수의 미국발(發) 호재 속 연이틀 급등해 8만원선 목전까지 가자 이를 탈출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개인들은 '8만전자'를 넘어 '10만전자'까지 갈 수 있단 부푼 기대감도 드러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전날 삼성전자 주식 1조542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직전일인 20일에도 1조5105억원가량 팔아치우며 역대급 규모의 순매도액을 기록했는데, 하루 만에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거래일간의 개인 순매도액은 3조원을 웃돌았다. 이 기간 개인 물량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다 받아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9799억원, 1조14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8만전자' 진입을 앞두고 하락한 뒤 연초 이후 주가가 7만원 초반대에서 머물렀다. 오를 만하면 하락하기 일쑤였던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오랜 기다림에 지친 상태였다. 더구나 또다른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보다 상승세가 더뎠던 터라 상대적 박탈감도 컸다. 실제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수는 2022년 말보다 100만명 넘게 줄었다.
이 가운데 주가 지난 20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테스트하고 있단 언급을 시작으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기대감, 마이크론 호실적,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및 연착륙 발언 등 각종 호재가 잇달아 나오면서다. 전날까지 2거래일간 삼성전자 주식은 9% 가까이 올랐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무려 39조원이 불었다. 하지만 아직은 '8만전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주가 급등에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일단 처분하겠단 투자자 vs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베팅하겠단 투자자 두 갈래다. 포털 등 종목토론방에선 "안녕, 다신 보지 말자", "삼성전자 230주 매도. 잃어버린 3년", "8만전자 가자", "추세가 더 갈 거 같다. 제발 80층에도 사람 있어요. 한층만 더 와주세요."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4년 전장 강화를 위해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7년 만에 대형 인수합병(M&A)이 기대되고, 올 3분기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3E 출하를 시작으로 신규 공급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바일, PC 등 레거시 메모리 주문 증가와 가격 상승에 따른 조 단위 규모의 재고평가손실의 이익 환입 등으로 1분기부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