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 벌자" 홍채 등록하는 사람들…코인 가격도 덩달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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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달간 월드코인(WLD) 가격 추이/그래픽=조수아
최근 한 달간 '알트만 코인'으로 불리는 월드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개발해 AI(인공지능) 테마 코인의 대표주자로 꼽혀서 매수세가 몰린 덕이다. 가격이 오르자 홍채를 인증하고 월드코인을 받아 간 사람이 일주일에 7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오후 2시25분 기준으로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월드코인(WLD)은 전주 대비 6.3% 오른 7.87달러에 거래 중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40.82% 올랐다. 일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월드코인은 빗썸에서는 같은 시간 1만1000원대에 거래 중이다.
올해 초만 해도 지지부진하던 월드코인은 AI 테마에 대한 열기로 대폭 올랐다. AI 반도체 대표 기업인 엔비디아가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고 알트만 CEO의 AI 반도체 자체 개발 추진 소식, 챗 GPT의 영상 제작 프로그램 '소라' 공개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월드코인의 급등으로 홍채 인식으로 받는 코인의 가치도 올랐다. 월드코인은 생체 인증으로 신원을 증명한 이용자에게 코인을 분배하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다. 기계나 로봇의 고도화로 인간이 소외되는 등 AI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든 이용자에게 기본소득 성격의 월드코인을 무상 제공해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AI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홍채 데이터를 제공하고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다.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된 오브에서 홍채 인증으로 신원을 증명하면 월드 아이디가 발급되고 코인이 지급된다. 지난해 8월 출시 직후 홍채 데이터 제공자에게 지급된 월드코인은 25개로, 당시 가격으로 약 7만6400원어치였다.
최근 월드코인은 홍채 인식 직후 월드코인 10개를 지급하고 1년간 순차적으로 추가 지급을 이어가 총 76개의 월드코인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화로 환산하면 홍채 등록 직후 약 10만 4977원, 1년간은 79만7832원을 지급받는 셈이다. 지난 29일 오후 2시23분 기준으로 전 세계 120개국에서 383만4570명이 아이디를 발급받았다.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 월드코인 '오브'(Obrs) 포스터가 붙어있다. 이곳은 기기 점검 문제로 오브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사진=박수현 기자
전체 월드코인 가입자의 20%(76만7982명)는 최근 일주일간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드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코인을 받은 뒤 되팔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홍채 정보를 인증하고 코인을 받을 수 있는 월드코인 '오브'도 지난해 8월 3곳에서 이날 기준으로 10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일부 오브는 미운영 중이다.
월드코인 가격이 오르면서 가입자가 늘어나자 일각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하락세를 우려하지만 객관적으로 과열을 진단한 척도는 마땅치 않다. 한 국내 가상자산 전문가는 "지금은 알트코인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나 척도가 없다"라며 "코인의 테마로 잡기에는 AI랑 섞일 이유가 없어서 밈 코인이 유행했던 것처럼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평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도 "가상자산도 일부는 거버넌스, 일부는 네트워크 사용료 등 사용처별로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전체에 적용되는 '적정 가치 평가 기준'을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특정 가상자산의 단기 급등 여부는 해당 코인의 실제 활용(utility) 가치와 현재 시세를 비교해서 시장의 기대심리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지를 판단해 보고 최근 가격 움직임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