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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이번에 또 당했나” 분노···상승 기대감에 샀더니 ‘이 주식’ 와르르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은 정책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윤이니셔티브(Yoonitiative)’라는 단어가 회자될 정도로 대통령실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시장의 기대치는 한껏 올랐었다. 하지만 정작 26일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상법개정을 비롯해 투자자들이 요구해왔던 정책보다는 기업의 자율적 노력을 중시하는 내용 위주로 담기면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했다.

시장 일각에선 ‘금융회사에 대해 주가연계증권(ELS) 피해보상, 배당·성과급 책정에는 관치와 타율로 하면서 정작 강하게 가야 할 밸류업은 자율을 강조하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시작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정책 발표에 눈에 띄는 포인트가 없다보니 진정성이나 효과에 시장에서 의구심을 갖게 된 것 같다”면서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주가지수펀드(ETF)도 만든다고 했지만 그동안 관제펀드들이 다 그렇듯이 수익률을 장담할 수도 없고 자금유입도 저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상장기업에선 정부의 밸류업 정책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눈치를 보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다는 곳도 많아서 주주정책이 사실상 공백기로 들어갔는데 앞으로도 지속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 중 현대차(-2.05%)·기아(-3.21%) 같은 자동차는 물론이고 KB금융(-5.02%)·신한지주(-4.50%)을 비롯한 금융사, LG(-7.49%)·SK(-6.76%) 같은 지주사 모두 주가가 급락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중장기적인 체질변화를 통해 코스피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앞서간 시장의 기대, 이로 인해 급등한 저PBR주들의 후폭풍은 감안해야 한다”고 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했고, 같은 달 17일에 재차 거래소를 방문해 토론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두 차례의 방문을 통해 공매도 개혁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소액주주를 위한 상법개정 추진을 비롯한 대책 추진을 약속했다.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전향적인 발언을 내놓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가 부양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하자 코스피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 중 보험·자동차·지주사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이 일종의 ‘저PBR 테마주’로 묶이며 급등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한달간 코스피시장에서 보험(+33%), 자동차(+27%), 증권(+26%), 은행(+17%) 업종은 정부정책에 따라 PBR 1 미만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향후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더라도 저PBR주에 투자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 기법이 아니라는 조언도 나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 일본에서도 PBR 1미만 기업들의 13개월 초과수익률은 -1.9%로 부진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저PBR 테마주에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은 기자(dan@mk.co.kr),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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