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몸값 2.8조에 어피니티 품으로[시그널]
지분 56% 1조6000억에 매각
롯데렌터카. 사진제공=롯데렌탈
롯데렌터카. 사진제공=롯데렌탈
[서울경제]
롯데그룹이 국내 렌터카 1위 업체인 롯데렌탈(089860)을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롯데는 매각 대금 1조 5729억 원을 활용해 호텔롯데 재무구조를 개선하게 되면서 유동성 위기설 속에 유통 분야에서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피니티는 올해 들어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를 품은 데 이어 롯데렌탈까지 사면서 렌터카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6일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는 이사회를 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니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지분 56.2%다. 롯데 측은 매각 후 롯데렌탈 지분 5%를 계속 보유하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분 100% 기준 2조8000억 원의 기업가치로 매각가는 약 1조 5729억 원이다. 1주당 7만7115원이 적용됐다. 이날 롯데렌탈 주가는 3만3350원으로 시가총액은 1조2217억 원이다. 현금 창출력이 연간 1조 원이 넘고, 수익성이 좋은 회사여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받았고 현 시총의 2배 넘는 가치를 인정 받게 됐다.
롯데렌탈은 실적 상승세에 현금 창출력이 좋아 국내 PEF인 MBK파트너스 외에 쏘카, 타이어뱅크 등 국내 전략적투자자(SI)도 관심을 보였다. 막판 경쟁이 붙으면서 매각가가 더 뛰었다. 어피니티는 일찌감치 인수전에 뛰어들어 롯데와 협상을 이어갔고 풍부한 실탄을 토대로 인수에 성공하게 됐다.
롯데그룹은 유통과 화학 양 축 모두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호텔롯데는 면세점 사업 부진 속에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올 3분기 기준 2조 3061억 원 수준에 달한다. 예상보다 속전속결로 매각 작업이 진행된 건 시장의 우려를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알짜 매물인 롯데렌탈을 팔아 최근 적자 전환한 호텔롯데에 유동성을 공급하게 돼 한 숨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건 또 다른 알짜 매물인 롯데칠성음료까지 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다. 소주 등 주류 사업부를 중심으로 원매자가 많지만, 그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지주(45.00%), 롯데알미늄(7.64%), 롯데장학재단(5.41%), 호텔롯데(4.83%) 등이 주요 주주다.
어피니티는 올해 8200억 원을 투입해 업계 2위(16%)인 SK렌터카를 인수했다. 1위(21%) 사업자 인수를 통한 볼트온(유사 기업 인수합병) 전략으로 렌터카 업계에서 확고한 1위를 굳힐 수 있게 됐다. 두 회사를 합치면 시장 점유율은 약 37%이지만 독과점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지난 2015년 KT렌탈(현 롯데렌탈) 매각 때 SK네트웍스가 참전했는데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판단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와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직원의 고용보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을 향후 3년간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기간에는 롯데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황정원 기자(garden@sedaily.com),이충희 기자(mids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