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새 39% 급등"…한양증권, 68년 만에 새주인 찾는 사연은
"대학 등록금 동결에 의료원 적자 등 지속"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강소 증권사로 꼽히는 한양증권이 68년 만에 새주인을 찾으면서 주가가 연일 강세다. 16년째 동결된 대학 등록금과 의료원 전공의 파업 등 여파로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영향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38.99% 급등했다. 주가는 이 기간 동안 지난 17일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상승세를 지속했다.
경영권 매각은 주식시장에서 통상적으로 호재성 재료로 인식된다.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영위하면서 지금보다 성장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다.
앞서 한양증권 최대주주인 학교법인 한양학원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한양증권 주식 151만4025주 매각을 결정했다. 143만7590주(11.29%)를 주당 1만803원에, 의결권 없는 우선주 7만6435주(14.56%) 지분 전체를 1만3483원에 처분한다.
총 165억6086만원 규모로 주당처분가액은 직전 4개월 평균주가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한양학원의 지분율은 16.29%에서 4.99%로 줄어든다.
코스피 상장사인 한양증권은 현재 한양학원(16.29%), 백남관광(10.85%), 에이치비디씨(7.45%), 김종량 이사장(4.05%) 등 특수관계인이 40.99%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번 결정으로 누가 한양증권의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크다.
한양증권은 지난 14일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나 매각 대상자, 매각 금액, 매각 방식과 매각 일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한양증권은 또 19일 장 마감 후 "구체적인 매각 절차는 교육부 허가 여부 결정 후 진행될 예정"이라고 재공시했다.
한양학원으로서는 한양증권 지분 매각 결정이 뼈아프다. 이같이 심의·의결한 제6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양증권 주식 처분 사유에 대해 16년째 이어진 대학 등록금 동결과 의료원 적자·전공의 파업 등을 언급했다.
이사회는 "본 법인은 글로벌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법인·산하기관의 재정 운영에 커다란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학의 경우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원 또한 기존의 병원시설 노후와 열악한 의료 여건으로 최근 수년간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 설상가상 전공의 파업까지 겹쳐 의료원 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이어 "그럼에도 보유 수익용 토지 등을 처분하는 등 나름대로 법인의 책무인 각급 학교 지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역시 용이하지 않은 입장"이라며 "수익용 기본재산(유가증권)인 한양증권 주식 일부를 처분해 법인 운영비를 비롯한 각급 학교 전출금, 의료원 지원금으로 사용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956년 설립된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4964억원의 국내 28위 중소형 증권사다. 본점 포함 4개의 국내 지점을 운영하며 투자은행(IB)과 자기매매 부문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박은비 기자(silverl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