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속 이월 네고 소진…환율, 장중 1390원으로 상승[외환분석]
트럼프 당선 시 관세부과·대규모 감세 전망
엔·위안 저항선 웃돌아, 亞통화 약세 지속
외국인 투자자 국내 증시서 1300억원대 순매도
반기 말 이월 ‘네고 소진’·강한 ‘달러 매수세’
오후 당국 개입 경계 속 환율 추가 상승 주시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90원으로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반기 말에 이월된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소진되면서 환율 상단이 열린 분위기다.
사진=AFP
달러 강세+아시아 통화 약세
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전 9시 35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79.3원)보다 9.45원 오른 1388.7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새벽 2시 마감가(1384.1원) 보다는 4.65원 상승한 것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5.2원 오른 1384.5원에 개장했다. 새벽 2시 마감가 보다는 0.4원 올라 개장했다. 이후 환율은 우상향 흐름을 그리며 상승 폭을 확대했다. 오전 11시 31분께는 1390.1원을 터치했다.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위축 국면을 이어가며 시장에선 연 2회 금리인하를 지지했다. 하지만 경제 지표 둔화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올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에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치솟고,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미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사건에 대한 면책여부 판단을 하급심으로 되돌려 보내면서 트럼프에 유리하게 판세가 돌아가고 있다. 또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관세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고, 대규모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국채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3bp(1bp=0.01%포인트)나 뛴 4.473%에서 거래됐다. 30년물 국채금리도 13.4bp 오른 4.636%를,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4bp 오른 4.76%에서 움직였다.
달러인덱스는 1일(현지시간) 저녁 11시 14분 기준 105.91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105 중반대에서 후반대로 오른 것이다. 아시아 통화는 약세다. 달러·엔 환율은 161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30위안대로 모두 저항선을 웃도는 수준이다.
수급적으로는 이월 네고가 소진되고 달러 매수세가 강한 분위기다. 국내은행 딜러는 “전날까지는 네고에 눌리면서 환율이 많이 빠졌지만 오늘부터는 이월 네고가 소진된 분위기다. 환율 상단에서 기다리고 있는 네고 물량이 거의 없다”며 “단기적으로 이슈가 부재한 상황에서 트럼프 재선 이슈가 크게 작용해 미 국채 금리가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엔화는 강세 재료가 많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 외환당국이 달러·엔 환율 160엔을 용인하는 모습”이라며 “일본의 개입 경계감은 지속되겠지만, 실개입이 나와주지 않아 엔화는 지속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100억원대를 팔고 있다.
오후 1390원 안착 가능성
오후에는 환율이 추가 상승하며 1390원대로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은행 딜러는 “역외에서 달러 매수세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며 “오후에는 매수가 더 나올 수도 있어서 1390원 중반대로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고점인 1400원 부근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강한 구간이라 환율 상단이 제한될 수도 있다.
이정윤(j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