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추워도 입을래"…국민패딩 뜨더니 지주사 주가 '후끈'
덕분에 5000억원대였던 노스페이스 매출은 2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눕시 열풍에 힘입어 노스페이스는 올해도 아웃도어 시장에서 전성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스페이스 운영사인 영원아웃도어, 그 위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의 주가는 2022년 이후 88.38% 뛰었다. 놀라운 성장세에도 시장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로 여전히 저평가됐다며 영원무역홀딩스를 주목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영원무역홀딩스는 전 거래일보다 1400원(1.52%) 내린 9만8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일 9만4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이날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원무역홀딩스는 2009년 의류 사업을 담당하는 영원무역과 인적분할한 순수지주사다. 영원무역을 포함, 노스페이스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영원아웃도어가 핵심 자회사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계 중 독보적 위치를 선점했다. 우븐 소재 중심의 아웃도어, 운동복이 주 제품군으로 캐주얼 의류에 비해 경기 영향을 적게 받는다. 아울러 글로벌 브랜드들을 주요 바이어로 뒀다. 막대한 자본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다른 OEM 경쟁사와도 차별화된다. 한세실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6211억원이지만 영원무역홀딩스는 4조4638억원이다.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태평양물산의 경우 2186억원으로 그 차이가 더 크다.
압도적인 급의 차이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19년 10.92%→2020년 11.95%→2021년 17.61%→2022년 22.11%로 상승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역시 20%대로 예상된다. 반면 2022년 기준 한세실업, 태평양물산, 호전실업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8.14%, 6.31%, 8.46%에 그친다.
그럼에도 영원무역홀딩스는 그간 시장에서 소외됐다.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지주사 할인 영향도 컸다. 국내 지주사들의 순자산가치(NAV) 평균 할인율은 50%대인데 영원무역홀딩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기준 영원무역홀딩스의 PBR(주가순자산비율)는 0.51배다.
하지만 이젠 기업가치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영원무역홀딩스도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환원 정책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지난해 영원무역홀딩스는 사상 처음으로 주당 1600원의 중간배당을 지급하며 '주주친화적 행보'라는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글로벌 OEM 제조사인 에클랏, 마카롯 등이 오랫동안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 시장 프리미엄을 받았던 것처럼 영원무역홀딩스도 주주환원 정책의 변화가 주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는 최근 저서에서 "영원무역홀딩스는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 세대교체가 진행됐고 최근 지분 구조, 배당 정책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이익과 자본의 질 모두 우수해 경기 변동성이 심해지거나 고금리가 지속되더라도 경쟁우위를 꾸준히 가져갈 수 있는 명품 중견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일찍이 영원무역홀딩스의 가치를 알아본 가치주 펀드들도 웃음 짓고 있다. '가치투자의 대가' 피터 린치가 몸담았던 피델리티자산운용은 현재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9.37%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선 대표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에서 4.2%,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에선 6.02%의 높은 비중으로 영원무역홀딩스를 담고 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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