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500억 날렸다"…여의도 빌딩 부자의 '악몽'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한국 사람이 간장·고추장을 끊으면 망하겠죠."
신송빌딩은 여의도 증권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거래소 길 건너편 자리다. '태양초 고추장', '신송 진간장'을 만드는 신송홀딩스가 빌딩 주인이다. 증권가 사람들은 이 빌딩을 지나칠 때마다 내심 '빌딩 부자'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 회사가 캄보디아에서만 500억원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는 건 대부분 모른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송홀딩스의 자회사 신송산업은 오는 3월에 캄보디아법인 신송인더스트리얼에 4700만달러(약 610억원)를 출자한다. 신송산업은 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방위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신송홀딩스의 다른 자회사인 신송식품으로부터 지난 1월 150억원을 빌렸다. 이와 별도로 금융회사와 150억원을 빌리기 위한 차입한도 계약을 맺었다. 신송산업은 지난해 9월 신송홀딩스로부터 200억원을 출자받기도 했다.
신송산업이 전방위서 돈을 빌리는 것은 신송인더스트리얼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신송홀딩스는 고추장, 간장, 된장에 치중된 사업을 다변화하고자 캄보디아로 진출한다. 현지에 신송인더스트리얼을 세우고 타피오카 전분 공장을 세웠다. 타피오카 전분은 밀가루 대체재로 열대작물인 카사바(고구마와 비슷한 열대작물) 뿌리를 갈아 만든다. 빵과 과자, 라면, 소시지 등에 들어간다. 요즘에는 친환경 빨대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이 사업은 신송그룹 오너 2세인 조승현 신송홀딩스 사장이 주도했다.
캄보디아는 인도, 라오스에 이어 세계 3위 카사바 생산국이다. 하지만 2019년 현지에서 병충해인 카사바모자이크바이러스(CMV·Cassava Mosic Virus)가 번지면서 카사바 생산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카사바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신송인더스트리얼도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5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무더기 손실을 보면서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자본총계는 -602억원을 기록했다.
고추장 등을 팔아 안정적 실적을 내는 동시에 빌딩부자로 통하는 신송홀딩스조차도 '캄보디아 쇼크'에 흔들리고 있다. 신송홀딩스는 여의도에 신송빌딩과 함께 신송센터빌딩, 대오빌딩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부동산의 장부가치는 지난해 3분기 말 18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캄보디아 부실이 계열사를 타고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신송홀딩스의 지난해 9월 말 부채비율은 154.8%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금액)은 955억원이다. 이 회사는 오랜 기간 '무차입 경영'을 했던 회사다. 캄보디아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5년 부채비율은 41.9%에 불과했다. 순차입금은 -63억원이었다. 신송홀딩스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캄보디아 사업을 접지 않았다. 그만큼 앞으로의 재무구조 향방도 불투명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