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야 물린 주식에 물도 타지요”…쪼그라 드는 여윳돈에 코스피 부진까지 [투자360]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605억원으로 3주 이상 52~53조원 대에 멈춰선 모양새다.
‘검은 월요일(8월 5일)’로 불렸던 대폭락세를 보인 지난달 5일 59조4876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사이 증시 대기자금이 6조4000억원 이상 급감한 셈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난 이후 찾지 않은 돈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해석되는 만큼 해당 금액이 줄었다는 점은 국내 증시 활기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지표들의 방향 역시 증시 활력이 떨어졌다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
‘빚투’ 규모를 나타내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8441억원으로 지난달 5일 19조2941억원에서 1조4500억원이나 감소했고,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지난달 5일 208조3371억원에서 지난달 29일 199조6751억원으로 무려 8조6000억원 넘게 줄었다.
최근 국내 증시 흐름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인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된 잭슨홀 미팅 전후(8월 22일 종가 대비 8월 30일 종가 기준)로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각각 0.99%, 1.57%씩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0.54%),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 1.40%),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1.14%), 대만 가권(0.54%), 독일 DAX(2.24%), 프랑스CAC40(1.42%) 등 글로벌 주요 지수들과 비교했을 때도 국내 증시의 부진한 모습은 두드러진다.
이런 가운데 국내 각 가계의 주머니 사정마저 넉넉치 않다보니 주식 투자 등 자산 증식에 나서기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까지 형성된 모양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흑자액(전국·1인이상·실질)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비용·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가계 흑자액은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고 있다. 2006년 1인 가구를 포함해 가계동향이 공표된 뒤로 역대 최장기간 감소다.
흑자액 마이너스 행진의 주된 배경에는 고물가로 쪼그라든 실질소득이 있다. 최근 2년 중 4개 분기 동안 가구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줄었다. 감소 폭도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3.9%에 달했다. 나머지 4개 분기 실질소득은 늘었지만 증가 폭은 모두 0%대에 그쳤다.
결국 실질소득 증가율은 매 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고 이는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의 감소세로 이어졌다. 최근 2년간 처분가능소득은 5개 분기에서 각 1.2∼5.9% 감소했다. 나머지 3개 분기에서는 보합 혹은 0%대 증가세를 보였다.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비용 역시 흑자액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 이자비용은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2022년 2분기 8만6000원에서 올해 1분기 12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실질소득 부진, 이자비용 증가 등은 처분가능소득과 흑자액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처분가능소득보다 흑자액 감소 폭이 더 큰 탓에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뜻하는 흑자율은 2분기 29.0%를 기록, 8분기째 하락했다.
쪼그라든 가계 여윳돈은 결국 가계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재화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년 전보다 2.1% 줄었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의 한 축에는 빠듯해진 가계 살림살이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신동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