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얼마든 재산 지키려면 사둬라”...불안할때 뜨는 ‘이것’ 어디까지 갈까
금융시장 안정 찾으면
수요·관심 다시 줄어
길게 보고 분산투자를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 행진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막을 내린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가격만 900달러(약 123만원)에 달한다. 금메달 전체 무게 중 92.5%는 은이 차지하고, 금은 단지 6g만 포함됐는데도 그렇다.
국제 금값은 최근 온스당 2400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온스당 2000달러를 조금 웃돌았던 수준에서 20% 넘는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금값 상승폭은 더 가파르다. 달러당 원화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표시 금값보다, 원화 표시 금값이 더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g당 금값은 올 초 8만6940원에서 8월 12일 10만8800원으로 25%나 급등했다. 돌반지로 금 한 돈을 선물하려면 공임을 제외한 금값만 40만8000원이 들어간다. 금값이 진짜 ‘금값’이다.
금값이 이처럼 고공 행진하고 있는데, 최근 증시는 급등락 중이다. 8월 들어 2거래일 연속 ‘블랙프라이데이’와 ‘블랙먼데이’를 맞이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보유하고 있어도 ‘무이자’인 금은 금리 인하 시기에 각광받는다. 금리가 올라갈 때는 예금이자가 쏠쏠해지면서 금이 외면받지만, 금리가 내려가면 상대적으로 금의 ‘무이자’ 속성에 대한 단점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금 투자 타이밍은 언제 찾아올까
모두가 갖고 싶어하지만, 비싼 가격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금. 지금이 투자해야 할 시기일까.
국내 대표 프라이빗뱅커(PB)들은 ‘가격’에 연연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금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한 안전자산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투자 격언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계란’을 담아야 할까. 황금 계란이야말로 투자 바구니에 담아야 할 귀한 자산이다.
서상원 우리은행 TCE센터 부부장은 “금은 물론 원자재 등 대체자산의 경우 그 자체만 가지고 투자하지 말고 포트폴리오 일부로 투자하라고 조언한다”며 “가격 전망이 오를 것 같다고 해서 투자 대상으로 보지 말고, 주식이나 채권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춘 분들이 금을 자산군에 편입할 경우 포트폴리오 안정성이 개선돼 위험은 줄고 수익성은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금을 보유하는 전략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가격 상승을 노린 베팅 관점에서는 올바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서 부부장은 “수요공급 차원만 놓고 보면 공급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금값이 얼마까지 오른다, 이런식의 전망은 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금 수요가 높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면 금에 대한 수요는 물론 시장 관심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단기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긴 호흡에서 투자해 볼 만한 자산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최선일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최근 1년간 금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이는 과거 데이터만 봤을 때의 얘기”라며 “중앙은행 등 ‘큰손’들의 금 매수 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고 있어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짜’ 위기 때는 금조차 안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한다. 최 팀장은 “이달 초 블랙먼데이 때 금값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역사적 데이터를 볼 때 주식시장이 급락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보다 ‘현금’이 선호되고, 금 시장에서도 매도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 역시 금 투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김 센터장은 “6개월~1년 정도를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3~5년 정도 보고,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면 달러·금 등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분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초보 금 투자자, 어떤 상품 고를까
금 투자는 여전히 생소한 이들이 많다. 최근 금값이 우상향 추세이긴 하지만, 과거 금값 움직임을 살펴보면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무작정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가는 손실의 아픔을 맛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초보 금 투자자들이 ‘맛보기’에 나설 만한 맞춤 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모바일뱅킹,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이 발달한 요즘 세상에선 금 투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이 마련돼 있다.
가장 접근성이 높은 은행의 경우 ‘골드뱅킹’이 추천된다.
최 팀장은 “골드바의 경우 최소 투자 단위가 10g이다 보니 투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매입과 매도 때 가격 스프레드 차이가 크고, 실물 보관과 재매각 등의 어려움까지 감안하면 고액 자산가를 제외하고는 추천하기 어렵다”며 “골드뱅킹은 0.01g 단위 매입이 가능한 데다 자동이체 등을 통해 적립식 예약 매매 서비스가 있어 초보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금을 주식처럼 거래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 투자가 대표적이다.
김 센터장은 “자산이 적더라도 주식 등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시황이 안 좋을 때 가치가 올라가는 자산인 금을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KRX 금현물 투자 시 필요할 경우 금 실물로 인출이 가능한 데다 매매 차익에 대해서 비과세되고, 시장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가장 투명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MTS를 통한 매매 접근성 측면에서 금 상장지수펀드(ETF)도 추천된다. 주식 종목처럼 ETF를 종목 창에 추가해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
투자 방식별 단점도 알아두면 좋다.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실물 금 구입의 경우 매매 차익에 대해 비과세된다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보관 비용이 많이 들고 구입 과정에서 10%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한다.
은행에서 가입하는 골드뱅킹은 투자 차익에 대해 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금 ETF도 배당소득세가 붙을 수 있으며 ETF 운용에 따른 수수료가 붙는다. KRX 금거래는 거래 때는 세금이 없다는 강점이 있지만, 이를 실물로 인출할 경우 수수료는 물론 부가가치세 등 제반 세금이 붙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우람 기자(lamus@mk.co.kr),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