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예금 반갑지 않은 은행들…깊어지는 '님의 침묵'
대출 금리 인상 '러시'…이자장사 비판도
4대 은행 본점 전경. ⓒ데일리안
4대 은행 본점 전경. ⓒ데일리안
[데일리안 = 이세미 기자] 4대 은행의 예금에 1년 새 90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이자율이 기준금리 수준까지 내려간 실정이지만 조만간 금리 인하가 단행될 거란 기대감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이어진 영향으로, 이제는 은행 이자마진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몸집을 불린 현실이다.
이런 와중 은행권은 정부의 가계대출 강화 기조로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표정은 밝지 않다. 대출과 예금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와중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까 눈치를 봐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몰린 총수신 잔액은 1654조4835억원으로 전년 동기(1567조3716억원) 보다 5.6%(87조1119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총수신 보유량이 375조459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8.3%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하나은행이 455조9997억원으로 5.5% 증가했고, 신한은행(388조338억원)과 국민은행은 434조9907억원으로 각각 4.4%, 4.3%씩 늘었다.
은행의 총수신 잔액이 늘어난 배경은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3%대 금리라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쏠린 영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 인하)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의 주요 준거금리인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3%대 초반으로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총 원화대출 잔액은 1258조6337억원으로 1년 새 8.5%(98조9543억원)가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총 원화대출금은 307조881억원으로 1년 새 9.6% 증가해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291조7669억원으로 9.5% 불었다. 이어 신한은행이 308조2417억원으로 9.0% 늘었고, 국민은행이 351조5370억원으로 6.4% 증가했다.
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이 전분기 대비 일제히 하락하면서 수익개선이 주요 과제였던 만큼 대출 경쟁에 열을 올린 결과다. 올해 2분기 하나은행은 전분기 1.55%에서 1.46%로 1분기 만에 0.09%포인트(p) 하락했고,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60%로 0.04%p 떨어졌다. 이어 국민은행은 1.87%에서 1.84%로 0.03%p, 우리은행도 1.50%에서 1.47%로 0.03%p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데, 시장 금리를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 금리 인상 선택지 외에 가계대출 증가세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상반기 실적이 역대 최대를 달성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정부와 금융 소비자 사이에서 눈치보기만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예금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은행들이 균형 맞추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라면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이자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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