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배워 만든 '짝퉁 비아그라'…원가 고작 166원 '실명 위험'[영상]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계는 중국에서 실데나필 등 원료를 밀수입해 서울 금천구 사무실과 강원도 소재 농가에서 시가 920억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613만정을 제조·유통한 일당 24명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중 4명은 지난달 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총책 남성 A씨(66), 제조기술자 B씨(67), 유통총책 C씨(61), 제조·유통책 D씨(55) 등을 지난달 강원도 평창, 부산, 제주 등에서 잇따라 검거했다. 이들은 1정당 원가 166원에 가짜 비아그라를 제조해 소매상에게 233원에 넘겼다. 소매상은 시골농가, 공사장 인부들, 유흥 업소 종사자 등에게 최대 1정당 1000원에 판매했다. 정품 비아그라는 시중에서 1정당 1만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의사 처방전이 필요하다.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비아그라의 원료가 되는 실데나필과 약품 라벨지, 설명서 등을 중국에서 택배 등으로 밀반입했다. 밀반입한 원료를 사용해 강원도 정선군 비닐하우스에 공장을 차려 가짜약을 대량생산했다. 지난 6월 경찰이 공범 등을 압수수색하자 서울 금천구 테크노밸리에 사무실형 공장을 마련해 가짜 비아그라를 생산을 이어갔다.
경찰은 제조기술자인 B씨가 과거 중국을 방문해 가짜약 제조기술을 배워온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을 오가며 가짜약 제조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소문을 접한 총책 A씨가 B씨 등과 규합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만든 가짜약은 정품과 구별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가짜 비아그라에 정품과 동일한 'VGR100' 식별표시와 제조사명을 각인했다. A씨 등이 제조한 613만정 상당의 비아그라는 대부분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품 비아그래는 하늘색 계열이지만 이들 조직이 만든 가짜 비아그라는 짙은 파란색이라는 점을 빼면 사실상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짜 비아그라를 복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품 비아그라는 주 원료인 실데나필을 25mg, 50mg, 100mg 등 정량에 맞춰 투입한다. 반면 이들 조직 등이 만든 가품은 250mg, 500mg 등 정량의 10배 이상의 원재료를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데나필은 혈관확장제로 쓰이는 약물로 과다 복용하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며 실명에 이른 사례도 보고됐다.
한편 경찰은 중국 내 약품의 원재료 공급 조직에 대한 단서를 확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